며칠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 김정철이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영국 락 음악 가수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김정철이 에릭 클랩턴의 팬이라는 것은 새로운 소식이 아닙니다. 2006년에도 김정철이 클랩턴의 독일 공연을 여러번 관람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또 김정철은 2007년 클랩턴의 평양공연을 추진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당시 에릭 클랩턴은 그 초대를 거절했습니다. 이유는 한국에서 공연을 세번이나 했던 에릭 클랩턴이 세계 최악의 독재국가인 북한에서 공연하는 첫 외국 락 가수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개혁, 개방과 자유를 두려워하는 김씨 일가의 독재 세습정권이 평양의 락 음악 공연을 개최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락 음악은 자유를 소망하게 합니다. 1950년대 중반부터 공산주의 독재국가이던 동유럽 나라 사람들은 외국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엘비스 프레슬리와 다른 로큰롤 가수들의 노래를 듣곤 했습니다. 로큰롤 음악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과 서유럽의 자유와 개방을 상징했기 때문에, 공산주의 당국은 그 음악을 곧바로 금지시켰고 로큰롤 음악을 자본주의 문화를 섞은 '서구 제국주의자들의 문화 침투'라고 선전 했습니다.
그래서 1950년대 극장에서는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서구 문화를 보여주는 짧은 기록영화를 보여주곤 했습니다. 그러한 기록영화는 바로 미국이나 서유럽에서 수 만명 젊은이들이 춤을 추면서 듣는 로큰롤 공연 장면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저의 부모 세대가 젊었을 때 얘기를 들어보면, 동유럽의 젊은이들은 공산주의 선전을 그대로 믿지 않았고, 그 짧은 2-3분이라도 로큰롤 공연장면을 보기 위해 영화표를 샀고, 그 선전 기록영화가 끝나면 이어서 상영될 본 영화는 보지도 않고 나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동유럽 젊은이들은 외국 라디오 방송을 듣거나 암시장에서 음반을 구입하면서 로큰롤 음악을 접하게 되고, 또 그 음악을 들으면서 해방의 꿈을 꾸곤 했습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동유럽 공산국가들은 로큰롤 음악의 강한 영향력을 더 이상 막을 수 없었기 때문에, 구소련,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나 헝가리에서도 결국 로큰롤 음반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967년 유명한 록 그룹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가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에서 공연을 할 때 젊은이들의 폭동이 일어날 뻔하기도 했고, 1973년에는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구소련의 첫번째 락 그룹 음반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북한과 상황이 가장 비슷하던 동유럽 나라는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였습니다. 루마니아는 정보의 자유를 구소련이나 다른 동유럽 독재국가보다도 더 심하게 탄압했습니다. 루마니아에서는 국내 락 음악이 주로 지하단체운동이었고 외국 락 가수들은 공연을 못하게 되어 있었으며 중앙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는 락 음악을 절대로 들려주지 않았습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1989년 이후에야 유명한 외국 락 그룹들이 루마니아에서도 공연을 하게 되었고 음반뿐만 아니라, 해방 후에 생긴 수백개의 라디오나 유선과 무선 텔레비전방송을 통해서 이제는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개혁과 개방, 자유시장을 받아들인 동유럽나라들의 주민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외국 락 그룹들도 그러한 나라에서 공연하는 것은 수익성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유명한 외국 음악가들의 공연이 김정철의 생각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습니다. 북한도 동유럽 나라들처럼 자유가 보장되고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정상적인 나라가 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웃나라들을 위협하는 핵과 미사일 개발과 군사 도발을 중단하고 정치, 경제의 개혁과 개방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3대 세습을 준비하는 북한 정권에서는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나갈 가능성이 전혀 안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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