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칼럼]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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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미국 국무부는 2010년 연례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종교의 자유를 어느정도 지켰는지 공개한 것입니다. 종교자유는 자유민주주의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만의 핵심적인 가치는 아닙니다. 세계 문명국에서 종교자유는 기본적인 인권이며 안정되고 번영하는 평화적인 사회를 구성하고 지키기 위한 조건입니다. 유엔 가입국으로서 북한이 지켜야할 '세계인권선언,' 또는 북한이 1981년9월14일에 인준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국제인권법의 핵심이며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법, 특히 국제인권법을 지키지 않습니다.

연례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를 발표한 마이클 포즈너 미국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는 기자회견에서 종교 자유를 포함한 북한의 인권 상황이 최악이라고 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정부는 실제로 북한내 종교 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전도를 하거나 그리스도교 선교사와 접촉한 북한 주민들은 체포돼 엄한 처벌을 받습니다. 탈북자 증언에 따르면 지하 종교 활동을 벌인 북한 주민들은 처형까지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상황은 북한과 반대입니다. 한국은 자본주의 자유시장 경제와 뛰어난 기업성을 바탕으로 하여 몇십년만에 88올림픽,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와 지난 11월 11일과 12일에 세계경제강대국들의 지도자들이 참석한 G20정상회담을 개최한 세계 12위의 경제강대국이 되었습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만 놀라운 발전을 해 온 것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와 사회에도 많은 진보가 있었습니다. 한국은 시민사회의 활동이 아주 활발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종교자유를 포함한 모든 인권과 국제법을 엄격히 지키는 나라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유명한 미국신문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여러 국제언론에서 한국 선교사들에 대한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러한 보도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서 종교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선교사들은 세계에서 2위로 많다는 것입니다.

1989년말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유혈적 반공산주의 혁명으로 무너진 후 루마니아도 개방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유학을 결정하기 전에는 저도 한국을 불교 나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사는 동안 유교사상과 불교문화도 강하지만 종교가 있는 사람들중 40% 넘게는 기독교 신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도착한 직후 추억에 남은 첫인상 가운데 하나는 서울의 야경이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서울의 교회 건물위의 십자가들은 아주 인상깊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종교는 한국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요일마다 사람들은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같은 교회 사람들끼리 모여 사회 생활도 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저에게 또 하나의 긍정적인 인상은 한국의 완전한 종교의 자유입니다. 제가 보기에 한국의 경우 정치인과 대통령도 종교를 가지고 있으며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피선거권이 제한되지는 않습니다. 예를들어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불교 신자였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개신교 신자이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천주교 신자입니다. 또 한국 사람들은 종교가 없어도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전혀 없습니다.

저도 천주교 신자로서 한국에 있는 동안 성당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성당에 다니면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미사가 끝난 다음 성당 신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국 문화와 사회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고 한국어도 더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동안 성당에 다니면서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당시 맺은 우정은 평생동안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유럽, 남미나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 기독교의 역사는 짧습니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의 종교 열정은 유럽보다도 대단한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 선교사들을 선진국에서 도상개발국까지 세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 선교사들은 미국,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특히 공산권이었던 동유럽과 러시아에서 활동이 활발하면서 중국에서도 선교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도 루마니아에서 한국 선교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루마니아의 기독교 역사는 1600년 가까이 됐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에 루마니아 사람들은 교회에 계속 다니기는 했지만, 공산주의 정부와 독재자의 비밀 경찰이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을 의심했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는 없었습니다.

1989년말 공산주의 독제 체제가 무너진 다음 루마니아의 기독교, 특히 루마니아 정교회도 부활했습니다. 루마니아의 종교 생활이 부활하는 과정에서 정이 많은 한국의 선교사들도 종교 활동을 하면서 루마니아에서 여러 한국 교회들을 설립했습니다. 루마니아뿐만 아니라, 1980년대말까지 공산권이었던 다른 나라에서도 사회.경제.정치 개방에 의해 종교가 부활한 경우는 많습니다.

남북한이 분단되기 전에 평양은 한국 기독교의 중심지였습니다. 북한도 명목상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종교는 있다지만 실제로 주민들에게 자유로운 종교생활을 허용하진 않습니다.

지난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다음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묘사한 해외선전을 위한 중국어판, 영어판, 러시아어판과 한국어판 'Pictorial Korea'라는 해외선전용 잡지의 654호를 출판했습니다. 그 잡지에는 김 위원장이 중국간부들과 함께 중국에 있는 성당을 방문하던 사진도 있습니다. 중국 고위관리들이 중국을 방문하는 김 위원장에게 왜 천주교 성당을 구경시켰는지는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중국간부들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의미는 중국처럼 명목상만 종교자유를 지키라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중국은 천주교를 주도하는 로마 교황청과의 관계를 1951년에 단절하여 중국 정부의 지도를 직접 받는 교황청과의 관계가 없는 천주교 성당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명목상 종교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신뢰할만한 종교의 자유는 아닙니다. 언젠가 한국의 활발한 종교 활동을 보면서 북한에도 하루빨리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