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조용한’ 김정은의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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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8일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생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올해도 작년처럼 34세가 된 북한의 지도자의 생일을 공개적으로 기념하는 행사를 하진 않았습니다. 북한의 언론 매체들도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에 대해 별다른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생일 행사를 하지 않았어도 북한에선 지난 6년 넘게 김정은 신격화가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김정은을 찬양하는 구호를 곳곳에서 보이며 김정은 우상숭배가 주민 '생활총화'나 사상교육의 중심입니다. 또한 최근 김정은 신년사 관철을 위한 군중대회를 지역별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7년초 김정은 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그렇진 않았습니다. 젊은 김정은의 생일이 김일성 생일 4월 15일 '태양절'이나 김정일 생일 2월16일 '광명성절'처럼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김정은 생일에 대해 아직까지 대외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생일을 아직까지 조용히 보낼 이유는 하나 더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김정은 어머니의 낮은 출신성분 때문입니다.

김정은의 어머니 고용희는 재일 교포였기 때문에 출신성분이 낮았습니다. 김정은 생일 경축 행사를 하려면 어머니이던 고용희에 대한 우상화도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김정은 생일에 어머니 고용희를 신격화하는 데 부담을 느껴 생일 축하 행사를 크게 하진 못합니다. 2004년 세상을 떠난 고용희는 김정은과 형 김정철, 여동생 김여정 생모였으며 김정일의 3번째 부인이었습니다.

물론 김정은이 젊고 어머니의 출신성분이 낮아 김정은의 우상화 과정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2년전 북한 당국은 김정은의 생일인 1월 8일을 앞두고2016 1월 6일 제4차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와 국제법을 위반하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이웃나라들을 또다시 직접적으로 위협했습니다. 또한 2년전 북한은 김정은의 생일인 1월8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시험 영상을 새로 공개했습니다. 그 때 북한 조선중앙TV는 이 시험 영상이 담긴 김정은의 인민군 현지지도 기록영화를 공개했습니다. 그 당시 기록영화에서 김정은이 함정 위에서 외투를 입고 탄도미사일 사출시험을 지켜보는 장면도 나왔습니다.

사실 6년 전 김정은 정권 초기 때부터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을 우상화하는 50분 짜리 기록영화를 방영했습니다. 그 영상물의 제목은 '백두의 선군 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라는 것이었습니다. 기록영화의 목적은 김정은을 찬양하면서 권력세습 과정을 정당화하고 김정은의 우상숭배를 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영상물에 김정은 우상화에 필요한 장면들이 많았으며 김정은이 말을 타는 모습과 땅크(탱크)에 올라타 사격훈련을 하는 모습도 주민들에게 전했습니다.

북한은1976년 2월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공휴일로 정했고 1995년 2 월 53회 생일을 맞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하면서 생일인 2월16일과 그 다음날인 17일을 휴일로 정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는 생일이면 평양시 청년 학생들이 김일성 광장과 시내 곳곳에서 무도회를 열었고 어린이 단체인 조선소년단은 평양체육관에서 전국연합단체대회를 가졌습니다. 또한 북한의 각 기관과 주민들은 이날 아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석고상이나 초상화 앞에 김정일화 등을 바치고 충성을 맹세하며 기관 별로 예술 공연과 체육 경기를 하였습니다. 이번에 생일 축하 행사를 크게 하지 않았지만, 김정은 우상화는 6년밖에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선전은 김정은 말 타기, 땅크 운전, 여객기 조종과 사격을 선수처럼 하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까지 지도하는 '슈퍼맨'으로 찬양해 왔습니다.

어머니의 낮은 출신성분을 포함한 여러 이유 때문에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의 생일 축하 행사를 대규모로 하려면 아직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개인 숭배는 김씨 일가의 유전자에 찍혀 있습니다.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김정은의 생일도 '태양절'이라 불리는 할아버지 김일성의 생일잔치나 아버지 김정일의 생일보다 더 화려한 행사가 될 날이 올 것입니다. 김정은도 아버지와 할아버지처럼 초자연의 능력을 가진 인물로 찬양될 날도 곧 올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21세기 중세 왕들처럼 3세대를 이어 지도자를 숭배하는 나라는 북한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