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8일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생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올해 32세가 된 북한의 지도자의 생일을 공개적으로 기념하는 행사를 하진 않았습니다. 북한을 연구하는 여러 전문가들에 의하면 그 이유는 김정은 어머니의 낮은 출신성분 때문입니다.
김정은의 어머니 고용희는 재일 교포였기 때문에 출신성분이 낮았습니다. 김정은 생일 경축 행사를 하려면 어머니이던 고용희에 대한 우상화도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김정은 생일에 어머니이던 고용희를 신격화하는 데 부담을 느껴서 생일 축하 행사를 크게 하진 못했습니다. 2004년에 세상을 떠난 고용희는 김정은과 형 김정철의 생모였으며 김정일의 3번째 부인이었습니다.
김정은은 어머니의 출신성분이 낮은 것뿐만 아니라, 32세밖에 안된 북한 지도자가 고령의 간부들보다 나이가 훨씬 더 어리기 때문에, 생일 축하 행사를 진행하기가 김정일이나 김일성 때보다 아직까지 어렵습니다.
물론 김정은의 나이가 젊고 어머니의 출신성분이 낮아 김정은의 우상화 과정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1년전 북한 당국은 김정은의 생일인 1월 8일을 앞두고2016 1월 6일 제4차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와 국제법을 위반하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이웃나라들을 또다시 직접적으로 위협했습니다. 또한 1년전 북한은 김정은의 생일인 1월8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시험 영상을 새로 공개했습니다. 그 때 북한 조선중앙TV는 이 시험 영상이 담긴 김정은의 인민군 현지지도 기록영화를 공개했습니다.
그 당시 기록영화에 김정은은 함정 위에서 외투를 입고 탄도미사일 사출시험을 지켜보는 장면도 나왔습니다.
사실 5년 전 김정은 정권 초기 때부터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을 우상화하는 50분 짜리 기록영화를 방영했습니다. 그 영상물의 제목은 '백두의 선군 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라는 것이었습니다. 기록영화의 목적은 김정은을 찬양하면서 권력세습 과정을 정당화하고 김정은의 우상숭배를 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영상물에 김정은 우상화에 필요한 장면들이 많았으며 김정은이 말을 타는 모습과 땅크(탱크)에 올라타 사격훈련을 하는 모습도 주민들에게 전했습니다.
북한은1976년 2월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공휴일로 정했고 1995년 2 월 53회 생일을 맞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하면서 생일인 2월16일과 그 다음날인 17일을 휴일로 정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는 생일이면 평양시 청년 학생들이 김일성 광장과 시내 곳곳에서 무도회를 열었고 어린이 단체인 조선소년단은 평양체육관에서 전국연합단체대회를 가졌습니다. 또한 북한의 각 기관과 주민들은 이날 아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석고상이나 초상화 앞에 김정일화 등을 바치고 충성을 맹세하며 기관 별로 예술 공연과 체육 경기를 하였습니다. 이번에 생일 축하 행사를 크게 하지 않았지만, 김정은 우상화는 5년밖에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선전은 김정은 제1비서를 말 타기, 땅크 운전, 여객기 조종과 사격을 선수처럼 하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까지 지도하는 '슈퍼맨'으로 찬양해 왔습니다.
어머니의 낮은 출신성분을 포함한 여러 이유 때문에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의 생일 축하 행사를 대규모로 하려면 아직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개인 숭배는 김씨 일가의 유전자에 찍혀 있습니다. 김정은도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태양절'이라 불리는 할아버지 김일성의 생일잔치나 아버지 김정일의 생일보다 더 화려한 행사가 될 날이 올 것입니다.
김정은도 아버지와 할아버지처럼 초자연의 능력을 가진 인물로 찬양될 날도 곧 올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열악한 경제 상황, 식량 부족과 인권유린 때문에 너무나 어렵게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은 김정은의 우상화를 위해 마식령 스키장, 놀이 기구와 릉라인민유원지와 같은 놀이터를 건설하고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드는 데 북한의 부족한 자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독재자의 우상화와 김씨 일가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엄청난 작업에 들인 돈으로 식량위기를 해결하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21세기 중세 왕들처럼 3세대를 이어 지도자를 숭배하는 나라는 북한뿐입니다. 공산주의 독재를 직접 겪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독재자를 숭배하고 독재자의 생일을 기념하는 온 국민의 대축제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항생제와 마취제가 너무나 부족하고, 휘발유와 경유가 부족해서 아직도 나무와 석탄을 연료로 이용하는 화물차가 있으며, 어린이들 중 4분의 1일이 만성 영양 실조에 시달리는 나라에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핵과 미사일, 우상화를 위한 실용성 없는 건물과 시설이 아니라, 경제를 소생시킬 수 있는 시장경제와 주민들의 권리를 생각해주는 개혁과 개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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