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한국-루마니아 수교 2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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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저의 조국인 루마니아와 한국이 수교 2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와 북한의 관계, 루마니아와 한국의 관계에는 참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1947년부터 1989년까지 루마니아가 북한처럼 소련 군홧발에 짓밟혀 공산주의 독재 국가가 되었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에 루마니아와 북한 정부의 사이는 아주 가까웠습니다. 루마니아와 북한이 1948년에 수교를 하여 한국전쟁 때 유명한 루마니아 군의관이 김일성 국가주석과 김일성 주변에 있는 북한 장교들까지 치료하기도 했습니다.

1965년부터 1989년까지 루마니아 주민들이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정권 하에서 많은 고통을 겪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처음에 1965년부터 1971년까지 차우셰스쿠는 소련의 제국주의에 저항하면서 독립적인 지도자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차우셰스쿠는 다른 공산주의 독재자들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과 서유럽 지도자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1971년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 나갈 수도 있던 53세의 공산주의 지도자 차우셰스쿠는 사악한 독재자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북한과 관련된 것입니다.

차우체스쿠는 1971년 북한을 처음 방문한 후 루마니아의 수도를 평양처럼 군중들이 모여 지도자를 숭배할 수 있는 광장, 거리와 커다란 건물이 있는 도시로 바꿔 놓으려 했습니다.

또한 루마니아의 독재자는 북한처럼 '주체사상'을 루마니아에 도입하려고 했기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기 시작했습니다. 공산주의 정부가 인권을 심하게 유린하고, 경제 상황이 많이 악화되고, 온 주민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차우체스쿠와 김일성, 루마니아와 북한 양국 정부차원의 사이는 좋았어도, 양국 주민들끼리의 교류는 많이 없었습니다. 1950년대 후반부터 북한에서 유학중인 루마니아 대학생들도 북한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유학생들끼리만 공부하곤 했습니다. 루마니아에 있는 북한 유학생들도 루마니아 학생들과 대화를 많이 못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저의 부꾸레슈띠 (부카레스트) 대학에 다니던 북한 유학생들을 생각해 보면, 한번도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북한 대사관의 감시가 심해, 북한 학생들끼리만 항상 붙어 다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 1989년 루마니아에서 반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무너진 3개월 후 루마니아는 한국과 외교관계를 설립했습니다. 그때부터 루마니아와 한국의 관계는 루마니아와 북한의 관계보다 훨씬 더 많이 발전했습니다. 왜냐하면 정부 기관이나 공무원, 기업가들끼리의 관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민간외교도 많이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루마니아 개방 후 첫 번째 투자를 한 외국투자자였습니다. 루마니아와 아시아 국가간의 무역 현황을 보면 루마니아와 한국 간의 거래량이 중국 그 다음 2위 입니다. 루마니아 외교부 통계 자료에 의하면 현재 224개의 한국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진출했습니다. 양국의 주민들이 여권만 가지고 비자 없이 서로 방문할 수 있습니다. 1980년 중반부터 한국의 외국어대학에서 수천 명이 루마니아어를 전공해 왔고, 1990년 중반부터 루마니아 대학생들도 루마니아의 여러 대학에서 한국 교수들에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루마니아의 많은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고, 루마니아에서도 한국 음식을 만다는 식당이 생겨 루마니아 사람들도 김치의 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류'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많으며 여러 TV채널에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후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된 루마니아와 한국이 25년전 수교로 양국간에 경제, 무역, 문화, 교육 교류가 많이 활발해졌습니다. 반대로 1950년부터 1989년까지 3천여 명의 북한 젊은이들이 루마니아에서 유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루마니아가 공산주의 독재로부터 해방된 후 지난 25년동안 북한과 루마니아의 교류는 거의 없었습니다. 어느 날 북한도 경제, 정치, 사회 개혁의 길을 선택해 북한 사람들도 자유롭게 여행하고 외국인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젊은이들끼리 서로 어울릴 수 있으며 루마니아 사람들과 북한 사람들은 루마니아의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으로 향한 개혁의 길에 대해 서로 이야깃거리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