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투 비행사들과 함께 백두산 정상에서 찍은 기념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그 사진은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사진 뒷부분에 돌출된 16명 가량의 군인은 바위 위에 올라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다리 사이는 하얗게 비어 있어 배경이 된 백두산 천지가 그대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진에 나온 군인들 중에 뒤쪽에서 팔을 뻗고 있는 군인의 손목 부분은 소매가 어색한 각도로 파여 있습니다. 그러한 흔적들 때문에 이 사진은 교정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작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습니다.
2014년말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제 1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높이 모신 조선의 영광'이란 기록영화를 통해 북한의 지도자가 직접 여객기를 조종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또한 김정은 정권 초기인 2012년 1월 8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을 우상화하는 50분짜리 기록영화를 방영했습니다. 그 영상물의 제목은 '백두의 선군 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 였는데, 이러한 기록 영화와 조작된 사진들의 목적은 김정은을 찬양하면서 권력 세습과정을 정당화하고 김정은의 우상숭배를 꾀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정은 정권 초기 때부터 김정은 우상화에 필요한 장면들이 많았으며 김정은이 말을 타는 모습과 땅크 (탱크)에 올라타 사격훈련을 하는 모습도 주민들에게 전했습니다.
공산주의 독재 언론이 독재자를 숭배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조작하는 것이 새로운 소식은 아닙니다. 약 5년반 전에 나온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에서 그러한 내용을 담은 코미디 영화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루마니아는 1989년까지 북한과 비슷한 공산주의 독재국가였습니다. 그 영화는 프랑스 칸 영화제 수상자인 유명한 루마니아 영화 감독 그리스티안 문쥬 (Cristian Mungiu)가 제작한 '황금시대 이야기'라는 영화입니다.이 영화는 공산주의 독재 시대를 묘사하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김일성 전 국가주석과 가까운 우정을 맺었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공산주의 독재 시대 때 루마니아 사람들이 인권 유린, 정치 탄압과 식량 부족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으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공산주의 언론과 선전은 그 시대를 '루마니아 역사의 황금시대'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문쥬 감독의 영화는 그 모순을 묘사합니다.
'황금시대 이야기'는 코미디 영화이지만, 감독의 의지는 웃기는 영화를 만들면서 공산주의 탄압에 의한 비극을 희석시키지 않습니다. 반세기 가까이 공산주의 독재 하에 살던 루마니아 사람들은 타고난 유머 감각 덕분에 그 어려운 시대를 견뎌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황금시대 이야기'라는 영화는 그 유머 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여러 이야기를 포함합니다. 문쥬 감독의 영화에 포함된 이야기 중 1970년대 프랑스 대통령이던 지스카르 데스텡이 루마니아를 방문한 것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대통령이 모자를 쓰는 화면이 나올 때마다 루마니아 독재자이던 차우셰스쿠는 모자를 머리에 쓰지 않고 손에 들고 있었는데, 그러한 사진이 신문에 나오면 루마니아 대통령이 키가 작아 보이고, 거지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공산주의 언론은 사진을 조작하여 차우셰스쿠 머리에 모자를 올려놓았습니다. 그러나 사진 조작을 한 공산주의 언론은 독재자가 손에 들고 있는 모자를 지우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신문에 나온 사진의 차우셰스쿠는 머리에 모자를 쓰고 손에 모자를 하나 더 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산주의 경찰과 비밀 경찰이 주민들에게 벌써 나눠 준 그 신문을 찾아 다 없애려고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벌어지는 웃기는 여러 가지 이야기도 있습니다.
문쥬 감독 영화 덕분에 공산주의 체제를 겪은 사람들은 웃으면서도 그 어두운 시대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젋은 사람들은 그 시대를 알 수 있습니다. 70년 가까이 3대 김씨 일가 정권하에서 어렵게 살아 온 북한 주민들 중에도 유머 감각으로 아사, 경제위기, 정치 탄압과 인권 유린을 견뎌 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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