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대에 북한과 가장 비슷하던 동유럽 나라는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였습니다.
루마니아의 독재자이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1971년에 북한을 처음으로 방문할 때부터 김일성 주석과 가까운 우정을 맺었습니다. 또한 차우셰스쿠는 북한식 독재자 개인숭배와 김일성의 1인독재를 강화시키기 위한 주체사상에 첫눈에 반한 나머지 루마니아를 북한과 비슷한 독재국가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루마니아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처럼 특히 1980년대 식량 부족에 계속 시달리며 인권 유린 때문에 어렵게 살았습니다. 루마니아 사람들은 1989년 12월 유혈 혁명을 일으켜 공산주의 독재를 무너뜨려 독재자와 그의 아내는 군사 재판을 받아 사형을 당했습니다. 공산주의 독재가 무너지기 전에 1945년부터 1989년까지 45년동안 감시와 통제, 정치 탄압, 공포와 영양실조, 독재와 인권유린 속에서 생존하는 것이 쉽진 않았습니다. 루마니아 주민들이 냉전시대 공산주의 독재를 극복하여 생존하는 데 유머감각이 상당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다른 공산주의 독재 국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약 10년 전에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명한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옛날 공산주의 시대에 동유럽의 정치 유머에 관한 기록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영국 출신 벤 루잇 감독은 구 소련이 시작된 1917년부터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무너진 1989년까지 구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체제를 비웃는 농담을 수집해 이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벤 루잇 감독은 루마니아의 공산주의 독재자이던 차우셰스쿠의 개인 숭배에 관한 기록 영화를 루마니아에서 촬영하면서 루마니아 사람들로부터 차우셰스쿠와 남편 위세를 등에 엎고 날뛰던 부인 엘레나, 공산주의 탄압과 식량 부족에 관한 농담을 많이 들었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에 루마니아 사람들은 비밀경찰의 탄압과 감시가 심해 큰 목소리로 공산주의 정부를 비판하지 못하더라도 독재자 개인 숭배, 실패한 중앙계획경제정책과 정치탄압에 관한 농담을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과 나누면서 마음속에 가득찬 좌절감을 나타내곤 했습니다.
벤 루잇 감독은 루마니아 사람들의 옛날 공산주의 시대 정치에 관한 농담을 듣고는 동독, 뽈스까 (폴란드), 체스꼬 (체코) 공화국, 마쟈르 (헝가리)와 로씨야 (러시아) 등 다른 공산국을 돌아다니며 유사한 농담을 수집해 기록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 기록 영화는 전문배우들을 동원해 단막극은 물론 만화와 일반사람들과의 회견을 통해서 옛날 동유럽의 정치 농담을 영화화했습니다. 저도 옛날 공산주의 독재 하에 살면서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과 정치 농담을 나누곤 했습니다. 물론 이웃사람이나 사이가 그렇게 가깝지 않은 사람과는 독재자에 관한 농담을 멀리 해야 했습니다. 그 사람이 비밀경찰의 밀고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고 있을 때였으니까요.
식량 부족이 심한 1980년대에는 이러한 농담이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루마니아 공산당 간부들과 독재자가 당대회를 가졌는데, 독재자는 루마니아 농업의 상태를 개탄하며 생산력을 높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나라 협동농장에 있는 양들은 사자와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동무들이 담당한 지방에 그러한 양들이 있으면 손들어보세요…' 독재자의 이야기를 듣고 뒤에 앉아 있는 지방 당비서가 손을 듭니다. 그래서 독재자는 그사람을 칭찬합니다.
또 독재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나라 협동농장에 있는 소들은 책장위에 정리돼 있는 책들처럼 보여야 합니다. 그러한 농장이 있으면 손들어보세요…' 그래서 뒤에 앉아 있는 같은 지방 당비서가 손을 듭니다. 독재자는 그 사람을 또 칭찬한 다음 이러한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나라 협동농장에 있는 옥수수는 전봇대처럼 보여야 합니다. 그러한 농장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자 또 같은 사람이 손을 듭니다.
그래서 독재자는 그 사람을 또 칭찬하면서 이러한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모범농장이 있군요! 비결이 뭡니까?' 그래서 손을 세 번이나 든 지방 당비서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농장 소들은 책장위에 있는 책과 같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너무나도 약해 한마리만 빼면 모두 옆으로 넘어집니다… 우리 농장 양들이 사자처럼 보입니다: 먹을 것이 없어 털이 다 빠져 털은 머리와 꼬리에만 있습니다… 우리 농장에 있는 옥수수는 전봇대처럼 보입니다: 50미터마다 하나씩 있으니까요…' 차우셰스쿠는 정적이 될 수 있는 고위 간부들을 죽이고 숙청하면서 루마니아의 최고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소학교 밖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공산주의 언론은 소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차우셰스쿠를 숭배하면서 '루마니아의 천재'라고 칭했습니다. 그래서 차우셰스쿠의 낮은 지능 지수를 가지고 농담할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당시 이러한 농담이 있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 소련 공산당 서기장 브레즈네프, 루마니아 대통령 차우셰스쿠, 신부님과 대학생이 비행기를 탔습니다. 비행기가 고장나 추락할 위헙에 빠집니다. 그래서 낙하산 타고 뛰어 내려야 하는데, 문제는 승객 5명이 있는데 낙하산 네 개 밖에 없습니다. 미국 카터 대통령은 이 세상에서 힘이 가장 센 정치인으로 꼭 생존해야 한다고 하며 낙하산을 타고 비행기에서 뛰어 내려갑니다. 소련의 브레즈네프도 힘이 상당히 센 지도자라 꼭 생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낙하산 매고 대피합니다.
차우셰스쿠는 자신이 루마니아의 유일한 천재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없고 자신이 없으면 루마니아 주민들이 큰 일이 난다고 주장하며 낙하산을 매고 뛰어 내립니다. 마지막으로 신부님과 대학생이 남았는데, 낙하산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신부님이 대학생을 보고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나는 나이가 많고, 살 만큼 살았고, 하느님을 만나 뵐 때가 다 되었다. 당신이 젊고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 낙하산 매고 자신을 살려. 나는 희생하겠다…' 그러나 대학생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닙니다, 신부님. 낙하산은 아직까지 두 개나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없으며 천재라 주장하는 차우셰스쿠가 낙하산 말고 저의 학교 배낭을 매고 뛰어 내렸으니까요…"
그 당시 루마니아 공산주의 정부의 선전은 루마니아 사람들이 독재자에 대한 존경과 사랑으로 단결된다고 거짓말하곤 했지만, 사실 루마니아 사람들은 공산주의 선전을 그대로 믿진 않고 오히려 공산주의 독재를 비판하는 농담을 하면서 단합했던 것입니다.
소련 스탈린의 독재와 개인 숭배를 비판한 1944년 출판된 '동물 농장'의 저자인 조지 오웰은 이러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농담은 작은 혁명이다…' 동유럽사람들의 반공산주의 혁명도 공산주의 독재를 비판하는 농담으로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농담이 생겨나는 이유는 사람들이 공산주의 이론, 체제와 독재자를 그대로 믿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김씨 일가 정권이 70년 가까이 생존하며 권력 세습이 두번이나 이뤄진 북한에서 주민들이 정부의 선전을 아직까지 믿고 있을까요?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