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의 장군이었던 88세의 빅토르 스턴쿨레스쿠 (Victor Stanculescu)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스턴쿨레스쿠 장군은 1989년 12월 유혈 혁명을 통해 공산주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정권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혁명 초기에 스턴쿨레스쿠 장군은 무고한 민간인들을 총으로 희생시키는데 책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스턴쿨레스쿠 장군의 명령으로 루마니아 군은 혁명가들과 손을 잡고 독재 정권을 없앴습니다.
냉전시대에 북한과 상황이 가장 비슷했던 루마니아는 1971년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북한을 처음 방문했을 때 북한식 독재 체제, 주체사상, 북한식 독재자 신격화에 첫눈에 반한 나머지 동유럽 나라 루마니아를 북한과 비슷한 독재 국가로 만들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루마니아 사람들도 몇십년동안 정치탄압, 인권유린과 식량부족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결국 루마니아 서부의 티미쉬아라라는 도시에서 1989년 12월 17일 반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이틀이 지난 19일,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곧바로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다급하게 된 차우셰스쿠는 21일, 수도인 부꾸레슈띠 (부카레스트) 중심가에 있는 공산당 본부 베란다에서 수천 명의 관중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날의 군중은 그전 차우셰스쿠가 연설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그를 "위대하신 영도자"라는 구호를 외쳐댔던 군중이 아니었습니다. 차우셰스쿠가 연설하는 동안 이들은 "티-미-쉬아-라, 티-미-쉬아-라"라고 외쳐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밤 독재자 차우셰스쿠와 그 일당이 공산당 본부 건물 안에 피신해 있는 동안 루마니아 수도인 부꾸레쉬띠 (부쿠레쉬티)에서는 반공산주의 혁명이 크게 번졌습니다. 대학생들, 노동자들, 민간인들은 다 같이 길에 나와 밤새도록 전투 경찰, 내무부 군인, 비밀 경찰, 국방부 군인들과 충돌하면서 수백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12월 22일 아침 민간인들은 군인들에게 담배와 꽃을 주면서 같이 싸워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자고 설득하려 했습니다. 중앙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바실레 밀레아 (Vasile Milea) 국방부 장관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차우셰스쿠는 그가 배신자임을 비관해서 자살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혁명대열에 가담한 민간인을 모두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은 그는 죄 없는 사람들을 더 이상 죽일 수 없어 자살한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루마니아 군인들은 더는 독재자를 보호해 주지 않고, 민간인과 손을 잡았습니다. 차우셰스쿠의 명령으로 새로운 국방장관이 된 빅토르 스턴쿨레스쿠 장군도 더는 민간인들을 죽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차우셰스쿠는 중국의 천안문 시위 때처럼 장갑부대를 동원하여 민간인들을 대학살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스턴쿨레스쿠 국방장관은 독재자의 명령을 무시하고 부쿠레쉬티 중심가로 다가오는 장갑부대에 철수명령을 내렸습니다. 민간인들도 탱크와 장갑차 위에 올라가, 군인들과 같이 공산당 본부를 공격했습니다.
독재자와 그의 아내가 건물 위에 있는 헬기를 타고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같은 12월 22일 독재자 차우셰스쿠와 그의 아내는 루마니아 민간인과 군인들에게 붙잡혔습니다. 그리고 성탄절인 12월 25일 차우셰스쿠 부부는 군사 재판을 받고 사형 당했습니다. 그 재판을 담당한 군인은 바로 스턴쿨레스쿠 장군이었습니다. 독재자가 처형을 당한 그 순간부터 루마니아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스턴쿨레스쿠 장군은 전환기 초기에 경제부 장관이었습니다. 스턴쿨레스쿠 장군은 온 루마니아 사람들에게서 인정을 받을 만한 인물이었습니다. 나중에 신문 기자와의 회견을 하면서 스턴쿨레스쿠 장군은 이러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혁명 때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혁명가들을 차우셰스쿠의 명령대로 몇분만에 기관총으로 사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의 그들은 수천 명의 친척이고, 수만 명의 친구이었기 때문에 루마니아의 반공산주의 혁명은 끝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날, 그자리에서 독재자와 그의 아내에 대한 충성을 포기하면서 그 정권을 끝내고 말았습니다.'
독재 정권이 무너진 후 만들어진 권력공백 속에 스턴쿨레스쿠 장군은 충분히 루마니아의 군사 독재자가 될 능력과 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몇십년동안 독재로 고통을 겪은 루마니아 사람들에게 이젠 군사 독재가 아닌 민간 정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자유로 향하는 길을 널리 열었습니다.
혁명 이후 27여년이 지난 지금, 루마니아의 국민의 생활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나라의 미래를 자유투표를 통해 결정하고 있으며, 다른 동유럽나라들처럼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군사동맹인 NATO, 즉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고 유럽연합에도 가입했습니다. 루마니아는 전환기의 어려움을 극복하여 2001년부터 놀라운 경제성장을 했고, 이러한 자유와 발전은 며칠전 세상을 떠난 스턴쿨레스쿠 장군과 같은 용감한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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