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지식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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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김씨 일가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바깥세계로부터 들어오려는 정보를 심하게 통제하는,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입니다. 이처럼 정보 차단과 검열이 심하지만, 외국 라디오 방송과 암시장에서 팔리는 USB, DVD, CD나 메모리칩을 통해 바깥세계의 정보가 몇년전보다 더 많이 들어옵니다.

독재자들은 국민이 많는 것을 알지 못하도록 합니다.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면 알수록 그 불공평한 제도를 무너뜨릴 힘을 모을 수 있기 때문 입니다. 냉전 시대에 동유럽 공산주의 정부들은 민주주의 국가로부터 들어올 수 있는 정보를 엄격한 언론 검열을 통해서 막으려고 했습니다. 인권유린, 경제위기, 식량부족 현실 등도 정확히 알리지 않았습니다. 냉전 시대에 북한과 상황이 가장 비슷하던 동유럽 나라는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였습니다.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1971년에 북한을 처음 방문할 때부터 김일성 국가주석과 가까운 우정을 맺었습니다. 루마니아의 경우도 정보 차단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심한 언론 검열때문에 루마니아 사람들은 국내외 상황에 대해 쉽게 알 수는 없었습니다. 정부가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정전이 잦아지자 루마니아의 하나밖에 없는 TV 방송국마저도 저녁마다 2시간밖에는 방송하지 않았습니다. 또 방송의 내용도 주로 독재자와 그의 아내에 관한 뉴스, 독주회나 음악회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루마니아 사람들은 공산주의 정부의 거짓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많은 시민들이 '자유유럽방송'이나 '미국의 소리'와 같은 외국 라디오 방송을 몰래 들으면서 국내외 상황에 대해 어느정도 알게 됐습니다. 또 외국방송을 통해서 공산주의 체제의 경제, 사회, 정치적인 모순과 위기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국은 루마니아의 경우 공산주의 독재 정부의 언론 검열이 오히려 공산주의 정부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당시 루마니아 사람들은 TV방송 시간이 너무 짧고 볼만한 프로가 없었기 때문에, 대신 책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공산주의 독재 체제를 직접 비판한 서유럽이나 미국에서 최근에 출판된 책은 볼 수 없었지만 루마니아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부터 현대 소설까지 열심히 읽었습니다. 독서를 많이 해서 사람들은 공산주의 정부에 또는 독재에 저항할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루마니아의 소설가나 시인들도 자신들의 글에서 공산주의 독재 체제를 직접적으로는 못하더라도 간접적으로 비판을 하곤 했습니다. 언론 검열 담당자들은 단어 사이에 숨겨진 그런 비판을 놓칠 경우도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예를 들겠습니다.

연극 배우들은 무대위에서 대본에 있는 대사를 조금씩 바꿔 가면서 독재자의 개인 숭배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표현을 하곤 했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에 새로 나온 외국어 책을 볼 수 있는곳은 외국 도서관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프랑스, 영국이나 서독 대사관에는 책을 보고 영화 감상을 할 수 있는 도서관도 있었습니다. 도서관과 이민 신청을 할 수 있는 영사관이 따로 있었지만, 외국 도서관에 다니는 루마니아 사람들은 공산주의 비밀 경찰의 심한 감시를 받고 있었습니다. 저도 대학교 1학년 때 전공이 영문학이었기 때문에, 같은 영문과 친구들과 함께 영국 도서관에 다니곤 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 비밀 경찰의 요원들과 밀고자들의 심한 감시를 받게 되었습니다. 비밀 경찰의 의심을 살만한 일 , 만약 여권 신청이라도 했으면 거부를 당하고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독서를 하고 연극을 관람하면서 루마니아 사람들이 인내심을 가지게 되고 몇십년동안 해방의 날을 기다렸습니다. 결국 1989년말에 젊은 사람들 주도로 반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 루마니아의 독재 체제가 무너졌습니다. 이제는 루마니아도 자유 민주주의 국가가 돼서, 수백개의 국내외 유, 무선 TV방송을 볼 수 있고, 루마니아의 집필가들도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으며, 민간인들도 외국 책이나 신문을 자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자유롭게 자라고 있는 루마니아의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은 공산주의 독재 체제하에서 어렵게 자라던 저의 세대와는 차이점이 많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책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서 온 세상을 탐험할 수 있고, TV화면을 통해서도 좋은 것을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유는 정치, 사회, 경제와 기술 발전을 가져올 결과라 할수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공산치하의 힘든 시절을 모르고 삽니다. 그당시 인권을 유린당하고 노예처럼 힘들게 살았지만 해방이 올 날을 기다리면서 온국민이 연대감을 가지고 살았고, 희망을 가진 정신적 건강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요즘 젊은이들에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역시 지식이 힘입니다. 너무나 위험해도 외국 라디오 방송과 다른 수단으로 바깥세계의 정보 접촉할 수 있는 북한 주민들도 그러한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