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100% 투표에 100%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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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7월19일 김정은 체제하에서 첫 지방의회 대의원선거를 실시했습니다. 북한의 도, 시, 군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는 4년마다 실시됩니다. 가장 최근 선거는 지난 2011년 7월24일 실시됐습니다.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비밀 투표는 북한 헌법 3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도, 시, 군 대의원으로부터 최고 인민 회의 대의원과 노동당 제1비서 선거까지 복수 후보가 아니라, 단일후보가 나옵니다. 민주주의 국가 기표소에는 투표함이 하나밖에 없지만, 북한에서는 찬성표, 반대표 함이 따로 있습니다. 투표를 하지 않거나 노동당이 정한 단일후보 반대에 표를 던지면 반역죄로 기소를 당합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거의 100% 투표율에 100% 찬성을 보고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여러 후보 가운데 한 명을 뽑는 것입니다. 단일 후보가 100%의 지지율을 받았다는 주장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아주 먼 일입니다. 이러한 투표 방식은 민주주의를 향상시키기보다는 기본적인 인권인 자유 투표권과 선택의 자유를 심하게 유린하는 제도입니다.

지방의회 대의원선거에 관한 북한 언론의 보도를 듣고 냉전시대에 북한과 상황이 많이 비슷하던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971년 북한을 처음 방문한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대통령은 주체사상과 독재자 신격화, 그리고 평양의 웅장한 도로를 접한 뒤 크게 감탄했습니다. 귀국 후 수도인 부꾸레슈띠 (부카레스트)를 평양처럼 대중이 모여 지도자를 숭배할 수 있는 도시로 바꾸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차우셰스쿠 대통령의 구상은 공산주의가 쇠퇴하는 시대의 흐름 때문에 80년대 말로 종말을 고하게 됩니다. 인권 유린, 식량 부족과 전력난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던 루마니아 주민은 소련이 와해될 조짐을 보이던 1989년말 마침내 반독재, 반공산주의를 내걸고 유혈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그 결과 독재자 차우셰스쿠 대통령과 남편 위세를 등에 엎고 날뛰던 부인 엘레나도 군사 재판을 통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지난 26년 동안 루마니아는 쉽지 않은 전환기를 겪어왔습니다. 그 동안 정치. 사회. 경제 개혁을 이끌어 유럽연합과 미국이 주도하는 유럽 민주주의 국가들의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습니다.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무너진 후 루마니아 사람들은 여러 번 대통령, 하원의원들과 상원의원들을 뽑기 위한 자유 투표를 했습니다. 차우셰스쿠는 1965년부터 1989년까지 24년동안 일인 독재를 했지만,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1989년부터 현재까지 지난 26여년동안 주민들이 자유 투표를 통해서 뽑은 루마니아 대통령들은 네 명이나 있었습니다.

루마니아 사람들은 공산주의 시대 때는 자유투표권이 없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기둥인 자유투표권의 가치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국에 있는 루마니아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국에 나와 있는 루마니아 사람 수십만 명도 외국에 있는 루마니아 대사관, 영사관, 명예영사관에 위치한 기표소에서 투표를 합니다. 루마니아 국적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거주하면서도 여권만 보여주고 대통령, 상 하원 선거에 투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4년11월 시행된 가장 최근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 때 2천1백만명 루마니아 인구 중 37만9천116명이 해외에서 투표를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옛날 공산주의 독재 시대와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그 당시 공산주의 독재 정부는 명목상 비밀투표권은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루마니아 사람들이 국민의 대표를 자유 투표를 통해 선출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후보는 두 명 이상이 아닌 공산당 후보 단 한 명만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후보는 단 한 명밖에 없고, 그 유일한 후보자가 항상 99.99% 득표로 당선되곤 하였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그것이 참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후보자는 한 명밖에 없는데, 100%로 이기지 못하고 항상 99.99%로 이길까? 그 0.01%는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그 당시 생각이 있던 루마니아 사람들은 공산주의 독재 정부의 인권 유린을 직접적으로 비판할 순 없었기 때문에 투표용지에 유일한 공산당 후보자를 표시하지 않고, 공산주의 정부와 독재자를 비방하는 말을 쓰기도 했다고 합니다.

인권 유린이 심한 공산주의 시대에는 주민들이 대통령 선거를 하지 못하고 대신 공산당 고위 관리이던 최고 인민 회의 의원들이 오른손을 들어 5년에 한 번씩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를 대통령으로 선출했습니다. 물론 그를 지지하지 않는 최고 인민회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부터 루마니아의 민주주의는 많은 발전을 해 왔고, 앞으로도 진보할 것입니다. 이제 루마니아 주민은 대통령, 상 하원 의원까지 포함해 국민의 대표들을 자유투표를 통해 직접 뽑습니다.

루마니아의 경우처럼 자유민주주의와 자유투표권은 비록 그 과정에서 시련은 있어도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국민들 스스로 나라의 미래를 자유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 있고, 더군다나 모든 국민이 절실히 원하는 더 좋은 생활 수준을 보장하는 정치, 경제, 사회의 진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0% 참여에 100% 찬성을 자랑하는 선거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