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1일은 뽈스까 (폴란드)의 자유노동조합의 공식출범 35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1980년 당시 37세인 전기기술자 출신 레크 바웬사는 뽈스까 발트해안의 항구 도시 그다니스크 노동자들과 다른 뽈스까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도중 자유노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바웬사가 자유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전에 뽈스까 노동조합의 역할은 북한의 직맹, 농근맹, 여맹이나 청년맹처럼 노동자, 농민, 여성이나 청년을 대표한다기보단 공식 선전을 전달하면서 정권을 정당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바웬사가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와 다른 기본적인 노동 권리를 요구하는 뽈스까 노동자들을 실제로 대표하는 노동조합을 조직한 것입니다.
제2차 대전이 끝난 후 뽈스까를 비롯한 동유럽 나라들이 구 소련의 영향권에 들어가 공산주의 독재 국가가 되었습니다. 뽈스까의 그다니스크 조선소 노동자들은 바웬사가 자유노조를 조직하기 이전에도 공산주의 독재와 인권 유린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 뽈스까 공산주의 정부는 전투 경찰을 보내 무차별 총격을 가해 노동자 80명 이상이 숨졌고 1,000명 이상이 다쳤습니다.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나 전기기술자이던 바웬사는 1980년 자유 노조를 설립해 공산주의 독재를 반대하던 뽈스까 애국자들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뽈스까 자유 노조는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지식인들과 천주교 신부와 수녀들까지 아주 다양한 참여를 이루면서 1981년말까지 회원수는 3천6백만명 당시 뽈스까 인구 중 4분의 1, 즉 9백만 명이 되었습니다.동시에 '농민들의 자유 노조'까지 포함해 뽈스까 곳곳에서 다른 자유 노조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뽈스까 공산주의 정부는 1981년말 계엄령을 선포해 자유 노조를 금지하고 바웬사를 체포해 1년 동안 투옥했습니다.
바웬사는 1983년 노벨평화상을 탔습니다. 노벨평화상을 받으러 외국에 나갔다가 추방을 당해 뽈스까로 다시 들어올 수 없을 것을 염려해 바웬사는 아내를 보내 그녀가 노벨평화상을 대신 받게 했습니다. 바웬사는1987년부터 1990년까지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합법적이지 않은 자유노조 임시진행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공산주의 독재를 계속 반대했습니다.
소련이 와해될 시점인 1989년말 바웬사는 제2차 대전 이후 뽈스까 최초로 공산주의가 아닌 연립 정부를 조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것은 뽈스까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로 향하는 길의 첫 걸음이었습니다.
뽈스까에 이어 웽그리아 (헝가리)와 체스꼬슬로벤스꼬 (체코슬로바키아)도 반공산주의 무혈혁명을 일으켜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공산주의 체제를 무너뜨렸습니다. 1990년말 바웬사는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된 후 1995년까지 뽈스까 대통령을 지냈습니다.
바웬사는 쉽지 않은 전환기에 뽈스까를 지도하면서 경제 개혁의 길을 확실히 택했습니다.
바웬사는 '충격 요법'이라 불리는 엄격한 개혁 정책과 구조조정을 추진해 뽈스까의 공산주의 중앙계획 경제를 사유화시켜 현대적인 자유시장경제로 변화시켰습니다.
전환기는 뽈스까 사람들에게 어려운 시대였지만, '충격 요법' 덕분에 뽈스까는 결국 성공했습니다. 뽈스까는 유럽연합에 가입했고 지난 25년 넘게 놀라운 경제발전을 추진해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공산주의 시대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이제는 평민으로 생활하는 바웬사는 아직까지 세계무대에서 활동이 활발합니다. 72세인 바웬사는 아직까지 세계 곳곳에서 대학 강의를 하며 벨라루씨 (벨로루시)나 지난 1년넘게 러시아에 의해 침략을 당해 온 우크라이나와 같은 구 소련 독립국가들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합니다. 바웬사와 그의 자유노조 운동은 공산주의의 허구를 세상 사람들에게 풍자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뽈스까 자유노조의 운동은 뽈스까인들과 다른 동유럽 사람들에게 노동권을 포함한 인권과 자유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삶에 대한 맛을 보게 했습니다. 특히 공산주의 독재의 탄압을 직접 겪은 사람들에게 뽈스까 자유노조의 추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인 출신이 아닌, 종교인 지도자 아닌, 지식인 출신도 아닌 평범한 전기기술자이던 바웬사는 공산주의 독재에 의해 잃은 노동권과 자유를 되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바웬사의 교훈으로 탄압과 인권유린이 심하며 자유가 없는 어두운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주민들을 해방시킬 용기가 있는 지도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산주의 독재 체제하에서 살다 자유를 되찾은 동유럽 사람들은 레크 바웬사가 이끈 뽈스까 노동자들이 보여준 용기의 교훈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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