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독재자 스승과 그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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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냉전시대에 북한과 많이 비슷하던 루마니아의 독재자이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1971년 북한을 방문한 뒤 북한식 개인 숭배에 매혹 되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차우셰스쿠가 북한식 공산주의 독재자 숭배를 그렇게 좋아했을까요?

인류 역사에 독재자들은 많았지만, 북한식 개인 숭배는 가장 심하면서도 그들에게는 종교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겠죠. 저도 그것이 항상 궁금해서, 몇 년 전 차우셰스쿠와 같이 북한을 방문했던, 당시 루마니아 고위관리이던 인사들에게 직접 물어본 일이 있습니다. 그들의 말로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차우셰스쿠도 북한의 김일성처럼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차우셰스쿠는 북한과 같은 루마니아식 "주체" 사상을 통해서 독재자의 절대적인 권력을 강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둘째, 북한식 개인 숭배는 독재자의 가족까지 숭배합니다. 독재자 남편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 후 엘레나는 루마니아의 정치 무대에서 오지랖을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루마니아에서의 개인 숭배는 차우셰스쿠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와 막내 아들에게도 이어졌습니다.

셋째, 평양의 웅장한 도로와 군중입니다. 평양은 군중들이 모여서, 독재자를 숭배하기 위해 만든 도시라는 것에 감명받은 차우셰스쿠도 루마니아의 수도를 그런 도시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차우셰스쿠가 가장 좋아한 것은 구호를 부르는 군중 앞에서 연설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일성은 그것을 알고 차우셰스쿠가 방북할 때 수만 명의 군중을 모아 그들 앞에서 연설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차우셰스쿠는 많은 독재국가들을 방문했지만, 북한만큼 독재자 숭배를 위한 대규모의 행사를 조직할 수 있는 나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차우셰스쿠가 북한을 방문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차우셰스쿠와 김일성은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두 사람은 각각 북한식과 루마니아식 주체 사상을 만들며, 세계의 변화를 무시한 채 절대적인 공산체제로 국민을 지배하려 했습니다. 국민들을 굶기고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면서 항상 자신의 숭배에 열을 올려 부족한 나라의 자원을 탕진했습니다. 두 사람은 또한 그들의 아들이 권력 세습하기를 바랐습니다. 물론 차우셰스쿠와 김일성의 차이점도 있습니다. 루마니아의 독재자와 그의 아내는 사형을 당했고, 막내 아들은 간암에 걸려 사망했습니다.

루마니아는 정치경제 개혁과 자유민주주의 길을 선택하여 2004년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으며 2007년 유럽연합에 가입했습니다. 반면 북한에서는 개혁과 개방을 계속 거부하며 권력세습이 1994년과 2011년 두 번이나 이뤄졌습니다.

북한은 3대 권력세습을 공식화하면서 조선노동당을 공산당도 아닌 김씨 일가 숭배를 바탕으로 하는 김일성 당으로 규정지었습니다. 2010년9월28일 노동당 대표자 회의에서 노동당 대표자 회가 개최되기 직전 군 경험이 하나도 없는 김정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를 인민군 대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은 김씨 일가가 북한의 절대적인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또한 3년전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노동당 행정부장으로 겸임 발령되면서 김정은 정권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김정은을 보호할 인물로 인정받았습니다.

2010년 노동당대표자 회에서 조선노동당 규약 서문에 명시된 '조선노동당은 마르크스- 레닌주의 당'이라는 규정을 삭제하면서 김정일 정권은 세계 역사에 상처를 남긴 부정 축재 정치 체제라는 것을 분명히 나타내었습니다. 부정 축재 정치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탄압하고 착취하면서 독재자와 독재자 가족의 이득과 권력을 위한 정치체제입니다.

마르크스-레닌주의 국가들의 기본적인 모순은 '노동자들의 지상낙원'과 '평등주의 국가'라 주장하면서 국민들을 탄압하고, 굶기고, 독재자와 독재자 가족, 공산당 간부들을 위한 정치제도였다는 것입니다. 구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 체제는 이러한 모순 때문에 노동자들을 포함한 주민들의 시위에 의해1980년대말에 무너졌습니다. 북한의 경우 '조선노동당이 마르크스-레닌주의 당'이라는 규정을 삭제하는 것으로 그 모순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주민들을 굶기고 탄압하며 김씨 일가의 3대 권력세습까지 이룬 북한은 냉전시대 동유럽의 독재체제보다 그 모순이 훨씬 더 심하며 인류역사상 민주주의와 거리가 가장 먼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북한의 김정일과 김정은은 김일성의 유산을 유지한 채 지금도 국민의 고통, 식량 위기, 인권 유린과 위협적인 외교정책으로 악명 높은 '불량 지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북한의 김일성은 차우셰스쿠보다 더 심한 독재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김일성이 한국전을 일으켜 수백만 명이 희생되었지만, 차우셰스쿠는 그렇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80년대까지 루마니아의 강제노동수용소는 거의 다 없어졌지만, 북한에는 21세기인 지금도 20만 여 명의 정치범들이 수감되어 있는 수용소가 곳곳에 존재합니다. 김정은 정권하에서 인권상황은 계속 열악하고 식량부족이 해결되지 않으며 2012년 4월13일, 12월12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013년 2월 제3차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체제와 비슷한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김정은의 아내인 리설주는 루마니아 엘레나 차우셰스쿠처럼 공개활동이 활발합니다.

공산주의체제가 무너진 지 24년이 지난 지금 루마니아는 개혁 정책을 이끌어가면서 정상적인 국제 사회에 편입했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루마니아의 달라진 모습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