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체 사상'의 입안자이며 주요 이론가이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4년전 87세의 나이로 서울에 있는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황 전 비서는 1997년 한국으로 망명하여 북한의 개인숭배, 정치탄압과 인권유린을 포함한 현실을 남한과 국제사회에 폭로하여 13년동안 반공산주의 활동을 한 인사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위탈북자로 알려진 황 전 비서는 로씨야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해 10년 넘게 김일성 종합대학 총장으로 일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주체사상 개인강사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황 전 비서는 1970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이 된 이후, 노동당 최고인민회의 의장, 노동당비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사회과학자협회 위원장, 또는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로 활동했습니다.
1980년대말 구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 독재체제가 무너졌습니다. 그전에 북한의 동맹국이던 동유럽나라들은 정치. 사회. 경제 개혁과 개방의 길을 선택하여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었고, 경제도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반대로 개혁과 개방을 거부했으며, 특히 김일성 국가주석 1994년 여름 사망한 후 북한의 상황이 많이 악화되어 '고난의 행군' 때 적어도 수십만 명이 굶어 죽었습니다. 황 전 비서는 1997년 일본과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망명하여 김정일 정권의 사악한 정치탄압과 인권침해를 폭로하는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황 전 비서가 탈북한 후 북한 당국은 황 전 비서를 암살하려고 여러 번 음모를 꾸미기도 했습니다. 2010년 4월 한국과 국제언론은 황 전 비서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은 북한 공작원 2명이 검거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황 전 비서와 같은 고위 망명자의 증언과 반독재 활동은 상당히 중요하며 앞으로 북한이 개방된 후 북한 독재체제의 역사를 이해하고 기록하는 데 결정적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1940년대후반부터 1989년까지 공산 독재시대로부터 목숨 걸고 민주 국가로 망명한 동유럽 사람들의 증언은 아주 귀중한 정보였습니다. 특히 고위층 망명자의 증언은 더욱 그랬습니다. 이러한 고위 망명자 중 1970년대 뽈스까 (폴란드) 군 정보장교 출신 리차르드 쿠클리느스키 대령과 로므니아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공산독재주의 국가의 해외정보국 대장이던 로므니아 독재자와 그의 아내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던 미하이 파체파 장군이었습니다. 구 소련, 동유럽과 꾸바는 고립된 공산주의 독재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용기를 내어 목숨 걸고 망명했습니다. 북한의 경우 구 소련이나 동유럽 공산주의독재국가들보다 이동의 자유가 심하게 제한되어 있고, 정치탄압, 언론 검열과 당국들의 감시와 진압이 훨씬 심하기 때문에, 망명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북한의 인구는 약 2천500만 명인데,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가 2만7천명이나 됩니다. 다른 공산주의 독재국가를 탈출한 망명자 수와 비교하면 수치가 아주 적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제 개혁과 개방을 고려하기 시작한 의도가 보이는 꾸바의 인구는 1천 만 명 정도 됩니다. 1990년대 구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후 꾸바 망명객들이 1년에 2만명넘게 목숨 걸고 미국으로 오기도 했습니다. 꾸바 사람들은 약150만 명, 즉 꾸바 인구의 약15%나 미국 플로리다 주 남동부의 해안도시 마이애미와 그 주변에서 살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는 탈북자수가 비교적 적은 것뿐만 아니라, 지식인이나 고위관리직 탈북자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황 전 비서의 망명과 반독재 활동의 의미는 더 컸습니다.
구 소련의 공산주의는 1917년부터 1990년까지 73년이나 지속되었습니다. 북한의 공산주의 세습 독재 체제는 1948년부터 현재까지 66년이나 지속되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셋째 아들인 김정은에게 주도권을 넘기는 제3대 권력세습까지 완료시켰습니다. 하지만 2013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 당국에 의한 심각한 인권 유린을 조사하여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침해가 비인간적 반 인륜 범죄에 해당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유엔 총회는 이번 주 북한인권 실태를 담은 결의안을 다룰 예정입니다. 그 결의안으로 북한 지도층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돼야 한다는 제의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씨 일가에 의한 비인간적 반 인륜 범죄를 조사하는 데 황장엽 전 비서 같은 고위 탈북자들의 증언은 상당히 중요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