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칼럼] 세상을 바꿔놓은 현대통신기술

0:00 / 0:00

2010년 현재 컴퓨터와 휴대 전화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또 요즘 일을 하거나, 정보를 주고받거나,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 것을 휴대 전화와 휴대용 컴퓨터를 결합시킨 '인터넷 휴대 전화'로 모두 할 수 있습니다 .

몇년 전부터 중국산 휴대폰이 북한의 암시장에서도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또 오라스콤(Orascom)이라는 이집트 회사가 당국이 심하게 통제하고 감시하는 공식휴대폰망까지 북한에서 만들었습니다. 중국산 휴대폰과 같이 쓸 수 있는 휴대폰 카드를 구하는 것이 시민 감시와 단속이 심한 북한에서 불법이지만, 특히 중국 사람들과의 사업 거래를 많이 하는 북한 사람들은 중국산 휴대폰을 종종 사용합니다.

세계경제 12위인 남한에서는 통신기술이 많이 발달되었습니다. 대다수의 남한 사람들은 세련된 휴대폰을 사용하며 삼성이나 LG와 같은 남한의 대기업들이 만든 휴대폰은 미국과 유럽연합,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국제통신기구(ITU)에서 나온 통계를 보면 한국의 디지털 통신 수단 사용량은 상당히 많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97.24%가 휴대 전화를 사용하며 많은 살람들이 개인용과 회사용, 휴대전화를 두대 이상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2008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남한사람들중 75.8%가 인터넷을 사용합니다.

북한 사람들도 휴대폰과 새로운 통신 기술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면 북한의 경제, 사회와 정치가 개방되면 북한에서도 통신기술 발달의 전망이 아주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89년말 동유럽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되기 전 북한과 상황이 가장 비슷하던 동유럽나라는 북한에서 '로므니아'라 불리는 루마니아였습니다. 루마니아에서도 공산주의 독재 시대에 통신 수단과 통신 기술 발달이 많이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독재자의 비밀경찰은 시민들이 전화로 하는 이야기를 항상 감시하고, 국제 전화는 직통으로 못하고, 교환을 통해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국제 전화를 할 경우에는 예외없이 항상 감시를 당했습니다. 통신 수단뿐만 아니라, 당시 루마니아 시민들은 외국 텔레비전 방송을 못 보게 돼어 있었고, 외국 라디오 방송만 몰래 듣곤 했습니다.

정전이 잦아지자 루마니아의 하나밖에 없는텔레비전 방송국은 전기를 아껴 쓰기 위해 하루 2시간밖에 방송하지 않았습니다. 역설적으로 공산주의 독재를 무너뜨린 루마니아의 유혈적 혁명은 역사상 첫째의 '텔레비전 중계방송의 혁명'이었습니다. 루마니아의 시민들이 중앙방송국에 들어가 텔레비전 앵커와 다른 방송인들과 함께 2주 동안 중앙방송 을 통해 혁명의 흐름에 대해 계속 보도했습니다.

그래서 군인들과 시민들이 중앙방송국을 지키려고 비밀경찰 요원들과 한 전투도 전세계에 중계방송 되었습니다. 루마니아 공산주의 시대와 반공산주의 혁명을 직접 체험한 저는 몇 년 전 루마니아를 방문하며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나눌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루마니아뿐만 아니라, 현재는 미국, 캐나다, 유럽이나 아시아 등지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생들과 인터넷과 유선 전화, 휴대폰을 통해 연락을 계속 주고받고 있습니다.

인터넷 화상 채팅을 통해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 또는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휴대폰과 컴퓨터를 키면 세상의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입이다. 21년 전 공산주의 독제 시대에 이런 일은 상상조차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루마니아와 다른 동유럽 사람들이 공산주의 독재로부터 해방되어 현대 통신 수단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우리처럼 공산주의 독재의 정치 탄압과 인권 유린을 직접 체험한 사람들에게 아주 특별한 일입이다. 공산주의 독재 체제를 체험하지 못한 지금의 루마니아의 젊은이들은 이러한 느낌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휴대폰, 컴퓨터와 인터넷은 생활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도 점점 나이를 먹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렸을 때 역사책을 통해 알게 된 제1차대전이 나 제2차대전 이야기를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들을 때마다 그들 역시 연세가 많이 드셨다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루마니아의 젊은이들도 이젠 공산주의 체제의 추억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구시대의 유물이라 생각할지 모릅니다. 공산주의 독재시대에 루마니아와 상황이 많이 비슷한 북한 사람들은 루마니아 사람들보다 개방과 진보의 길을 더 쉽고 수월하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 사회, 경제 개혁으로 가는 길을 택하면 대다수의 북한 사람들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만 발전할 수 있는 현대 통신수단을 즐길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