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중 가장 길다고 할 수 있는 연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11월 넷째 목요일은 남북한의 추석과도 같은 'Thanksgiving' 이라는 명절입니다.
'감사를 드린다'는 의미로 미국 사람들은 부모와 형제, 가족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전통적인 칠면조 요리를 함께 즐깁니다. 이 날이 생기게 된 유래는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전 영국에서 개신교 신자 100명이 종교 박해를 피해 북대서양을 건너 '약속의 땅'을 찾으러 나섰습니다. 도착한 곳은 미국의 동부였습니다. 역사는 이들을 청교도라 부릅니다.
종교의 자유를 찾으러 유럽을 떠난 청교도들은 한동안 아주 힘들게 살았습니다. 특히 겨울철엔 너무 춥고 먹을 것도 없어 이들은 나무 껍질까지 먹곤 했습니다. 몇개월만에 신대륙 미국에 처음 도착한 이들 가운데 절반정도가 그중에서도 특히 노인과 부녀자, 어린이들이 죽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며 열심히 피땀흘려 일했습니다. 농사를 짓고 낚시와 사냥도 부지런히 했습니다. 그 덕분에 창고에는 밀, 옥수수, 보리와 완두콩은 물론 대구와 청어, 사슴고기 등이 가득 들어찼습니다. 그들은 이 모든 공을 하느님께 돌렸습니다. 그리고 감사에 대한 표시로 이들은 1621년부터 'Thanksgiving Day' 라는 감사의 날을 정해 명절로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에게 미국은 '약속의 땅' 그 자체였습니다.
지난 몇 백년 동안 유럽 사람들은 미국, 캐나다, 호주나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습니다. 그 중에는 먹을 것을 찾아 떠나는 사람도 있었고, 청교도처럼 자유가 그리워 떠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여러가지의 박해와 차별때문에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2차대전이 끝난 뒤 1940년대 후반과 50년대에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이나 그리스 사람들은 조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약속의 땅'을 찾으러 미국이나 영국, 독일과 프랑스처럼 더 부유한 나라로 이민을 가곤 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뒤 많은 동구권 사람들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조국을 떠나 '약속의 땅'인 미국이나 서유럽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루마니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Migration)에 따르면 루마니아 국민 2천200만 명 중 170만 명이 외국에 거주하며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루마니아 해외교포들중 많은 사람들은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채 열심히 일하여 번 돈을 가지고 다시 루마니아로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루마니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민가는 나라는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이스라엘, 그리스, 벨기에와 오스트리아 등입니다. 이탈리아 수도인 로마에 사는 외국인 중 5분의 1은 루마니아 사람입니다. 그러고 보니 현재 저의 고등학교 동창 36명중 9명이 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공부도 잘 하고 성실했던 저의 친구들은 주로 의사나 통신전문가, 대학교수, 컴퓨터 전문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과거 루마니아 공산주의 독재 시절 많은 사람들은 인권 탄압과 생활고 때문에 망명이나 이민의 길을 택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망명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당시 여권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웠지만 그마나 여권을 얻은 사람들이 이민을 가고 싶어하면 고국을 버리는 반역자로 몰리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떠밀리다시피하여 고국을 떠난 사람들은 루마니아 국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날 유럽연합과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한 루마니아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때문에 한 때 고국을 등졌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 루마니아로 역이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채 외국에 살던 루마니아 사람들도 법적으로 국적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여름 휴가 때 고국의 휴양지로 몰리는 바람에 루마니아 관광산업이 득을 보고 있으며, 갑부가 된 해외교포들이 본국에 최고급 빌라를 짓는 덕에 루마니아의 건설회사와 가구회사들도 싱글벙글합니다. 최근에는 세계 경제 상황이 예전보다 좋지 않아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많은 루마니아 사람들이 외국에 살고 있는 편입니다.
어떠한 경우이든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유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한 때 모든것이 암울해 자신의 나라를 등졌던 사람들에게 이제는 인권과 민주주의 제도가 꽃피고, 선택의 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나라로 변해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약속의 땅'을 굳이 다른 나라에서 찾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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