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여성인권 활동가 30여 명이 24일 평양에서 '조선의 통일과 평화를 위한 국제여성 대행진'의 출정식을 진행했습니다. 그 이튿날은 개성을 통해서 남한으로 들어왔고 25일에는 서울에서 '2015 국제여성 평화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여성 운동가들이 남북을 동시에 연결해 평화행진을 하는 최초의 행사로써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이번 행사가 그 이름처럼 과연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었는가는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행사는 미국 등 해외 여러 나라에 살고 있는 한국인 교포 12명이 중심이 되어 조직되었고 미국, 아일랜드, 라이베리아 등 15개 국가에서 이십여 명의 국제적 여성인권 활동가들을 초청 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외국인 활동가들 중에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두 명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60년대와 70년대 여성 인권신장을 위한 사회 정치운동을 주도하던 미국의 대표적 여성인권활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라는 유명인도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명성이 높은 대단한 여성인권 활동가들이 어떤 목적으로 남한과 북한에서 이런 큰 규모의 공개행사를 가진 것일까요?
25일 서울 행사를 마치며 채택한 '2015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위한 국제여성걷기 선언문'을 보면 그 목적이 잘 나와 있습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것, 이산가족 재결합을 도울 것,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것, 2차 대전 당시 '성노예'였던 '위안부'여성에 대한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을 주장했습니다.
행사의 목적이 평소 북한당국이 주장하던 내용과 크게 다른 점이 없습니다. 그럼 이 참석자들이 행사에서는 어떤 말들을 했는지도 따져보겠습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북아일랜드에서 온 매어리드 맥과이어 씨는 '한국전쟁을 끝내고, 헤어진 가족들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평화조약을 체결'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글로리아 스타이넘 씨는 '제재와 고립은 성공하지 못한다. 민간과 당국자간의 접촉이 평화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자 그대로만 해석한다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이 역시 북한의 조평통이나 조총련이 그동안 되풀이해 주장해온 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4일 파주에서 진행된 기자회견과 25일 서울 행사에는 상당수의 외국 언론사의 기자들도 참석 했습니다. 이들도 '이번 행사는 전적으로 미국의 제재와 압박을 맹비난하고 과거 일본의 식민지정책을 비판하는 자리였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스타이넘 씨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식량과 의료지원까지도 포함하는 인도주의 지원까지 차단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고 북한당국이 핵개발을 하며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것은 미국의 고립 제재에 대한 피치 못 할 방어수단이라는 의미의 발언도 했습니다. 3대째 이어지는 김 씨 일가 독재체제와 그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도 하지 않는 순진하고 또 무지한 발언입니다. 또 참가자들이 북한의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나 배경지식도 없이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행사는 평화를 위한 디딤돌이 될 만한 행사가 아니라 북한당국이 원하는 방식의 선전도구로 이용당한 행사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서른 명의 국제 여성인권활동가들은 내년에는 남한에서 북으로 향하는 걷기 대행진 행사를 계획할 것이라고 합니다. 북한주민과 민간차원의 접촉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권고안 에도 들어있는 내용으로, 민간의 남북공동행사는 적극 유치되어야 합니다. 북한주민들과 소통하는 노력은 북한인권 개선과 미래의 통일을 위해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참가자들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의 요약본 정도는 읽어본 다음 북한 독재체제의 본성과 북한인권의 실상을 파악하고 행사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소한 국제적 여성인권활동가로서 다음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당국에게 분명하게 제기해야 합니다.
첫째,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북한 여성들이 보위부 감옥에서 겪고 있는 고문, 강제낙태, 폭행, 등 비인간적이고 수치스러운 처사에 대해 개선을 요구해야 합니다. 둘째, 일상적 사회관행으로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꽃제비 아동을 격리수용하는 등 아동에 대한 인권유린 개선 조치도 요구해야 합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2016년에 행사를 개최한다면 탈북 여성 활동가들과 북한인권 활동가들도 함께 참석하도록 초청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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