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조개잡이 배 선원 송환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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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한으로 표류해온 조개잡이 배 선원 귀환문제를 둘러싼 남북 간의 기 싸움이 팽팽해지고 있습니다. 보도된 것처럼 지난 2월 5일 해주에서 출항한 북한의 조개잡이 배가 안개로 길을 잃고 남한으로 떠내려 왔습니다. 그런데 배에 타고 있던 31명 주민 가운데서 4명이 남한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북한은 남한이 주민들에 대한 귀순공작을 벌였다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전원 북한으로 돌려보내기 전에는 받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4명의 귀순의사를 확정하기 위해서 그들을 판문점에서 가족과 상봉시킬 것을 요구했으며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를 통해 돌아올 것을 간청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내보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살 곳을 정할 자유가 있습니다. 세계화가 급속히 추진되고 있는 오늘 사람들의 거주지는 나라를 벗어나 국제적인 범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2010년 국제이주기구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오늘 세계 이민자 수는 2억 1400만 명이며, 특히 미국에는 이민자의 20%에 달하는 4천2백8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남한에도 120만여 명의 외국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어느 정부도 주민들이 다른 나라로 가겠다는데 대해 마음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받아들이는 나라에서 치안 문제, 경제 문제 때문에 거주제한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노동이민이 줄어들자면 적어도 생활수준이 주변국의 60%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국민소득은 높이 잡아 6-700달러로 중국의 3천 달러의 20% 정도이고 남한의 2만 달러의 3~4%밖에 안 됩니다. 때문에 중국이나 남한에서는 북한의 통치체제가 마비되면 북한주민들이 대량 탈북이 일어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당국은 남겠다는 사람을 받아준 남한정부를 욕할 것이 아니라 고맙다고 인사해야 할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은 남한당국을 걸고 늘어져 체면을 구기고 있습니다. 물론 가난한 나라를 통치하고 있는 북한당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나라로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북한에서는 최근 국경이나 해안에 대한 통제를 2중 3중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고프고 핍박받는 주민들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것을 물리적 수단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토록 통제가 심한 환경에서도 2010년 3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남한으로 입국했습니다.

주민들에 대한 통제와 압박정책은 탈북을 추동하는 요인으로 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여기서 살다가는 내가 언제 잡혀가 죽을지 모르겠다는 위구심을 가지게 되고 앞날을 위해 탈북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됩니다.

이번에 전원송환을 요구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은 별로 현명한 처사가 못됩니다. 일단 남한에 남겠다고 한 사람들이 돌아가면 죽게 되는 북한으로 돌아갈 리 만무합니다. 따라서 이 싸움은 남한을 압박하는 카드로 이용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북한의 양보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시간을 끌면 이 사실이 더 많은 북한주민들에게 알려지게 될 것이고 결국 주민들의 탈북의지를 고무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북한의 인권에 대한 몰상식한 입장이 국제사회에 더 많이 알려지게 될 것입니다.

북한당국이 이전에 넘어와서 남은 사람들을 무시했던 것처럼 이번도 조용히 넘겼으면 더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