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닮아가는 한국의 보수와 진보

이번 남한의 대통령 선거를 보면 눈에 띄는 특징 하나가 있습니다. 2012년 대선 분위기는 이전에 있었던 대선 분위기와 사뭇 다릅니다.

남한은 1980년대 말부터 민주정치를 실시하기 시작한 이래로 선거 때마다 유권자 대부분은 대통령선거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현실과 거리가 먼 꿈일 수도 있었지만 남한 주민들이 이러한 희망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습니다.

8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남한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결정한 것은 한국 내 보수파와 진보파의 대립입니다. 얼마 전까지 보수파와 진보파는 미래에 대한 생각과 국가전략에 대한 계획이 서로 달랐습니다.

진보파는 복지정책을 상당히 강조했고 대기업을 비판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국유화의 필요성까지 주장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보수파는 자유시장의 장점을 강조했고 경제성장 및 경제의 효율성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갈 수록, 그들간의 정책에 격차가 조금씩 없어지고 있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보수파도 진보파도 그 성향에 있어 많이 중화되었습니다. 한편으로 보수파는 자유시장을 절대화하는 사상을 포기하였습니다. 또 그들은 복지 정책을 많이 지지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진보파는 시장에 대한 비판의식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지금 진보파는 국유화를 통해서는 효율적인 산업을 가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옛날과 달리 국유화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대외정책 또한 비슷합니다. 원래, 진보파는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미국과의 동맹을 비판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등장과 동북아 각나라의 성장을 통한 국제 긴장감의 고조로 인해 진보파도 한미동맹을 비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의 양측 후보자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차이점이 생각보다 많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보수파도 진보파도 한국이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복지 국가로 성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한국 정치의 비정치화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와 같은 정치의 중립화 현상은 좋은 현상이라 판단됩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잘 살고 기술적으로 발전된 나라들을 살펴보았을 때, 거의 어느 국가나 정치의 중립화라는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유권자들은 극우이든 극좌이든 간에 극단적인 세력의 공약을 믿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성장 또는 복지국가 어느 한가지 만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일본을 보면 이와 같은 정치의 중립화 현상을 발견 할 수 있는데 요즘엔 대한민국에서도 정치의 중립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