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평등하지 않은 공산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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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북한언론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젊었을 때 주먹밥(줴기밥)을 많이 먹고 너무 어렵게 살았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다른 거짓말입니다. 1990년대 말에 김정은 위원장은 부자집 자제들만 다닐 수 있는 스위스 국제학교를 다녔습니다. 당시 그의 생활은 미국이나 독일의 부자들, 프랑스나 일본의 재산가 아들, 딸들의 생활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언론은 이러한 엉터리 주장을 아주 당연한 듯이 하고 있습니다. 약 100년 전에 공산주의 혁명 운동이 권력을 얻기 위해 싸웠을 때,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은 빈부격차가 없는 사회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초기 공산주의 지도자들은 정말 이러한 사회를 건설하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다음 공산당 간부들은 사치스런 생활의 맛을 보게 되었고 이러한 사치생활을 포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보다 더 나쁜 것은 공산당 특권층들은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사치스런 생활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소련이든 중국이든 모든 사회주의 나라에서 볼 수 있었지만 북한만큼 심각한 나라는 없었습니다. 1960년대부터 세습 정권을 시작하고 봉건주의 시대와 다를 바가 없는 성분제를 도입한 북한은 빈부격차가 제일 심한 공산주의 국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북한언론은 특권 계층이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를 인민들은 절대 알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입맛에 잘 맞는 비싼 포도주, 고급시계, 상어지느러미 등 사치품을 아무 때나 외국에서 구입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언론은 장군님도 어렵게 산다는 주장을 반복하였습니다.

자본주의 국가들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부자들은 자신의 호화로운 생활을 일부러 감추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자본주의 국가 대부분은 빈부격차가 북한에서 볼 수 있는 차이보다 더 심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들은 소득 평등주의와 사회계급을 없애버리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빈부격차가 정치적인 문제로 발전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인민의 평등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북한은 특권층, 즉 지배계층의 특권에 대해서 언론들이 전혀 보도하지 않습니다. 물론 북한 인민들이 어리석은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고급간부들이 타는 자동차를 보아도 그렇고 그들이 사는 집을 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주민들 속에서 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짐작만 하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체제유지를 위해서 특권계층의 생활을 서민들에게 알리지 않는 게 좋다는 입장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북한 언론들은 학생시절 때 김정은 제1위원장이 주먹밥(줴기밥)을 먹었다는 엉터리 주장을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