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김정은 후계를 둘러싼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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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은 김정은의 생일입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2010년부터 이날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행사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주민들에게 선물도 없었고, 김정은을 찬양하는 신문 기사도 없었습니다.

북한 언론은 아직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 지칭하지 않습니다. 또 김정은에 대한 보도에서 김정은이 김정일 위원장의 셋째 아들임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런 직접적인 보도가 없다고 해도 이 27살의 젊은이를 대장으로 임명했다는 보도가 어떤 뜻인지 주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김정은이 후계자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북한 당국은 공식적인 세습 과정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김정은은 정권세습을 준비하기 위해 5~6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경험을 쌓고 자기 사람을 요직에 배치하는 등 '권력 기반'을 마련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김정은이 이렇게 권력 기반을 마련하는 동안 북한 당국과 언론은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의 위대성을 선전할 것입니다. 물론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된 이유가 뛰어난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래도 당국은 이런 선전을 통해 김정은을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대중 앞에 등장시키려 합니다.

그러나 그럴듯해 보이는 이 전략에도 문제점은 있습니다. 바로 김정일의 건강입니다. 김정은이 권력기반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5-6년의 시간 동안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미지수입니다.

김정일이 2015년이나 2017년까지 살아있다면 세습은 별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은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한은 아직 공개적으로 인정된 후계자가 없기 때문에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북한 지도부의 전략은 위험해 보입니다. 이것은 도박과 같습니다. 김정일이 죽는 데에 삶을 거느냐 아니면 김정일이 죽지 않는데 거느냐 하는 도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