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인민동원으로 경제발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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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시대의 북한 사회와 경제를 한 마디로 묘사한다면 동원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와 경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북한당국은 문제를 제일 빨리 해결하는 방법이 근로 인민대중의 열망을 이용하여 이런저런 동원을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당시에는 100일 전투이든 70일 전투이든 200일 전투이든 돌격대이든 겨울전투이든 매우 다양한 동원 방법이 있었습니다.

김일성과 그의 측근들이 동원을 이렇게 믿었던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유격대 출신들이기 때문에 군대를 제일 모범적인 사회 단체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제일 바람직한 사회 모델은 바로 수령과 간부들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사회였습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경제는 명령식 경제 뿐이었습니다. 사실상 그들은 명령식 경제가 아닌 경제를 이해할 능력조차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동원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 모델은 사실상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1960년대 초 남한보다 잘 살았던 북한은 군수공업은 발전할 수 있었지만 인민이 살기에는 매우 어려운 나라가 되었고 남한보다 심하게 뒤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기본 이유는 동원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관, 경제관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인민들을 동원할 수도 있습니다. 매우 어려운 위기 때 사람들은 개인의 이익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집단의 공동이익을 위해서 싸울 수도 있고 자신을 희생할 생각까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동원은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동원으로 꾸려가는 경제에 유용성이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희생을 했는데도 오랫동안 아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간부들이 매년마다 조금만 견디면 강성대국이 올 것이라고 운운할 때 처음에 간부들의 말을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사는데 아무런 발전이 없다면 이러한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동원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오랫동안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둘째 문제는 동원을 중심으로 하는 명령식 경제에 효용성이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수령이나 간부들은 모든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매우 간단한 공업 분야만 효과적으로 감시, 경영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신발을 만들면 몇 개 다른 종류를 만들 수 있겠지만 사람들의 생활이나 유행에 맞는 것을 만들 수 없습니다. 물론 신발뿐만 아니라 옷이든 가전제품이든 비슷합니다. 뿐만 아니라 동원을 중심으로 하는 명령식 경제 하에서 기술개발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유일한 예외는 군수공업입니다. 군수공업이 발전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국가에서 만든 무기와 군사시설을 참고로 비교하고 잘못이 발견된다면 빨리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지난 날 공산권 국가들이 동원과 명령식 경제를 다 포기해 버렸고 시장 경제로 바꾸었습니다. 사실상 지난 15년 동안 북한도 매우 비슷합니다. 말로는 노동동원을 하고 있지만 사실 지금 1970년대만큼 100일 전투에도, 200일 전투에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을까요?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자들은 돈을 내고 대신 동원에 나가 일할 사람을 구하는 이상한 문화까지 생겼습니다.

가끔 북한에서 동원 경제의 부활을 꿈꾸는 간부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희망대로 되지 않을 것입니다. 동원에 대한 착각은 바로 북한 경제를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동원에 대한 믿음은 가능한 한 빨리 없애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