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구조개혁 없는 경제발전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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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제1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를 보면 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비교적 많습니다. 신년사에서 경제 문제를 이렇게 많이 다루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계속된 경제파탄을 해결하기 어려웠던 북한 지도부는 경제를 개선해야만 체제 안정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신년사를 보면 경제발전의 초점을 새로운 기술 및 사상 교육에 두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이런저런 시설을 더 많이 늘리고 이런저런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해 기술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와 같은 사고방식은 북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회주의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소련식 국가사회주의가 무너진 이유 중 하나라고 꼽을 수 있습니다.

경제발전을 어렵게 하는 것은 기술 부족이 아닙니다. 기본적인 문제는 사회구조와 생산관계 구조의 모순입니다. 노동자와 기술자들, 간부들과 회사원들이 모두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제도와 구조가 있어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나 기술자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김일성 시대에 북한에서 사상교육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사상 교육은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전쟁과 같은 심각한 위기가 다가온다면 노동자들의 일부가 애국심 때문에, 사상 때문에 열심히 일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사상 교육은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하지는 못합니다.

세계 역사가 잘 보여주듯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방법은 경제적인 보상뿐입니다. 바꿔 말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벌어서 잘 살게 된다면 어렵게 사는 사람들은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활동을 통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더 잘사는 보상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구조를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중국이 좋은 사례입니다. 1970년대 말, 중국이 경제개혁을 시작했을 때 좋은 시설도 없었고 투자할 수 있는 자본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경제관리 구조를 완전히 바꾸고 시장경제를 도입했습니다. 결국, 농민들은 자기가 열심히 일해 얻은 수확물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게 되었고 노동자들도 열심히 일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어렵게 살아오던 중국은 불과 10여 년 만에 눈부신 성과를 이룩하였습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회변화가 체제안정 및 특권층의 권력 유지를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사회적 변화를 시도하지 않습니다. 이번 신년사를 살펴보면 북한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올해도 북한경제가 크게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