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었습니다. 김정일 사망 후 첫 번째로 맞은 생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김정일이 누구인지,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물론 북한 신문과 방송은 김정일을 극찬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일은 신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 매체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 대부분은 김정일을 그의 아버지 김일성만큼 높이 평가하지 않습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경제적으로 잘 살았지만 김정일 시대가 시작되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북한 사람들은 김일성 주석이 1994년에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굶어 죽은 사람들이 속출한 고난의 행군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러한 논리는 그 근거가 약합니다. 북한 경제가 무너지게 된 이유, 북한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은 김정일 정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 아버지 김일성 주석 정권이 남겨준 잔재입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달리 김일성 주석은 실제로 역사적인 공헌이 있는 인물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는 항일 무장투쟁에도 참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은 사람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독재자였습니다.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을 숙청시킨 권력자였습니다. 또 김일성은 효율성이 매우 낮은 구 소련식 경제체제를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김정일은 그의 아버지 덕분에 권력을 고스란히 승계했습니다. 김정일이 그의 아버지 김일성과 다른 점이 있다면 초창기에는 어느 정도 부드러운 권력자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일 시대에 발생한 대규모 기근은 사실상 김일성시대의 경제정책 실패에서 초래된 결과입니다.
그리고 김정일 시대에 들어서 초창기에는 숙청 규모도 줄었습니다. 억울하게 감옥과 수용소로 보내진 사람들도 김일성 시대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체제유지와 정권유지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김정일은 시대착오적인 경제구조를 바꾸지 못했고 많은 인민들을 굶주림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같은 시각에서 보면 김정일은 고난의 행군 시기 굶어 죽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합니다. 김정일은 집권 후 자신의 특권과 권력유지를 위해서 수많은 농민들과 근로자들을 희생시켰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인간적인 면만 따져본다면 김정일 자신도 희생자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가 독재자 아들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썩 괜찮은 인간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어린 시절 그는 영리하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김정일이 잘못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 권력을 절대화했고 그 때문에 수많은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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