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에 의하면 오는 4월에 노동당 대표자회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것은 조금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역사를 보면 대표자회는 3번만 개최됐습니다. 1958년, 1966년 그리고 2010년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노동당 대표자회는 보통 일이 아닙니다.
이번 대표자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뻔합니다. 목적은 김정은을 노동당과 북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 임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역사를 보면 김정일 시대에는 대표자회가 없었습니다. 1997년에 김정일이 노동당 총 비서가 되었을 때 그의 자리를 공식적으로 임명한 기관은 노동당 대표자회가 아니라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번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를 열지 않고 대표자회를 개최하기로 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로는 김정은 정권의 기반이 아직까지 약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일이 노동당 총 비서가 되었던 것은 후계자가 된지 25년 뒤였습니다. 1970년대 초부터 북한 언론은 김정일의 신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김정일이 총 비서가 된 것은 아주 당연한 일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당국이 김정은의 우상화 선전, 위대성 선전을 시작한지 2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다른 고급 간부보다 나이가 너무 어리고 어떠한 경험도 없는 김정은의 세습은 어느 정도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위를 좀 더 공고화하기 위해 위력이 더 센 노동당 대표자회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4월 대표자회의가 김정은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정치노선을 보여줄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현 단계에서 김정은은 허수아비 권력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정치를 결정한 사람은 김정은보다 그의 고모인 김경희, 고모부 장성택, 그리고 인민군 지도자 리영호 등 입니다. 현 단계에서 이들은 어떤 작은 변화도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 뻔하고, 그래서 체제유지 외에는 더 중요한 목적이 없다고 여길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4월 대표자회는 내용도 식상하고 형식적인 행사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자회 개최에 대한 결정 자체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북한 고급 간부들은 김정일 시대와 달리 권력세습을 형식화하기 위해서 노동당 구조를 이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은 북한 최고 지도부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그래서 김정은에 대한 어떤 도전 세력도 당분간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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