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6일은 북한의 명절인 광명성절이었습니다. 즉 김정일 대원수의 생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김정일에 대해 한번 얘기해볼까 합니다.
북한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을 높이 떠받들고 있지만 사실상 북한 사람 대부분은 고 김정일 위원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북한 국민들은 김일성은 나라를 세웠지만 김정일이 나라를 망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따지고 보면 이 주장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 아닙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직후, 북한 생활이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고 1990년대 말, 대규모 기근까지 겹쳤습니다. 김일성 시대에 배급을 타고 비교적 잘 살던 북한 사람들은 김정일 시대에 들어서면서 언제 굶어 죽을지조차 모르는 두려움 속에 살았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것은 과장된 비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 북한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 위기를 초래한 요인은 김일성 시대의 대외정책 및 경제정책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김일성은 구소련에서 문제점이 많았던 국가사회주의 정책을 그대로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보다 효율성이 낮은 경제 형식으로 바꾸었습니다. 김일성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북한 경제가 소련과 중국의 지원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김일성 때문에 북한농업은 협동농장을 중심으로 운영되었고 농민들의 개인 능력을 완전히 무시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90년대 초부터 소련에서 지원이 나오지 않게 되자 북한 공업도, 농업도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제적인 재앙은 김정일 시대에 생긴 일이지만 김일성 시대의 정책에 의해서 야기 되었습니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수많은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협동농장을 해산하고 중국 공산당처럼 농민들에게 땅을 나눠주었더라면 굶어 죽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지배계층은 이런 정책이 체제 유지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토지 개혁을 하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김정일 집권 이후 적지 않은 사람들을 구원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예를 들면 김정일 시대에 들어서면서 탈북자들이 대폭 증가하였지만 북한당국은 탈북자들을 엄격하게 처벌하지는 않았습니다. 노동단련대나 산간오지 추방같이 비교적 가벼운 처벌이 있었습니다. 또 김정일 때에는 김일성 시대에 비해 정치범 가족들이 감옥으로 가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김정일은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 죽은 대기근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김정일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경제 개혁을 하지 않은 것이 큰 잘못입니다. 그렇지만 김정일 시대에 생긴 문제의 대부분은 김정일만의 책임이라기보다 김일성 시대에 이미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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