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민주화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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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전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사건은 아랍의 민주화 혁명입니다. 북방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독재 정권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습니다. 아랍 민주화 혁명은 먼저 비교적 잘 사는 뜌니지에서 발생했는데 한두 달 만에 주변 국가들로 확산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아랍 사람들은 이웃 나라에서 발생한 혁명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자기 나라의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시작하였습니다. 민주화 혁명은 이렇게 온 아랍 지역에 산불처럼 확산되었습니다.

아랍에서 번지고 있는 민주화 혁명이 중동을 넘어 다른 지역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민주화 혁명이 발발할 수 있다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북한에서 자발적인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습니다. 기본적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북한 정권이 실시하는 감시와 탄압 정책 때문이고, 둘째는 외국과의 관계와 접촉을 차단하는 정책 때문입니다.

물론 지난 몇 개월 동안 전복된 아랍 정권은 모두 권위주의 정권, 독재 정권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에게 이집트나 튀니지와 같은 국가들은 너무 자유로운 국가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국민들이 국내 어느 곳이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도 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외국으로 전화를 할 수도 있었고, 편지를 보낼 수도 있었습니다. 외국 방문뿐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 다른 국가로 이민을 갈 수도 있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국내에는 비공식적인 사회단체도 많았습니다. 종교 활동도 가능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반정부 세력의 활동까지 허용되었습니다. 물론 독재정권하에 있었기 때문에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이나 정치인들은 위협과 압력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느 정도 민중들의 의식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아랍 사람들은 서서히 보다 더 좋고, 더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혁명 조직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아주 다릅니다. 국가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 정권은 주민통제를 강화하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주민에 대한 통제가 과거 보다 못한 것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 세계에서 북한만큼 민중을 삼엄하게 감시하는 정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정권을 반대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또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 대부분은 보다 더 좋은 생활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에서는 절대로 아랍 민주화 혁명 같은 대변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만간 북한에서도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