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개혁을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2013년부터 실시한 6∙28방침 덕분에 농민들은 한, 두 개 농가로 구성된 분조를 만들고 전체 수확량의 30%까지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북한 농민들도 어느 정도 풍년을 즐길 수 있고 식량상황은 나아졌습니다.
농가를 중심으로 한 농업개혁은 너무나도 당연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험이 잘 보여주듯이 이러한 정책은 국가적인 투자가 없어도 짧은 기간에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초, 중국은 이 정책 덕분에 식량생산이 50%나 늘었습니다.
물론 북한 지도부는 이러한 사실을 애초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2013년까지 개혁을 미뤄왔습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경제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정치적인 위기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북한 정부는 경제 체제의 변화가 국민들 사이에 체제에 대한 의심과 정권에 대한 반발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 합니다.
이와 같은 의견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분단 국가인 북한의 상황을 살펴본다면 체제 변화 때문에 위기가 발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농업을 중심으로 한 개혁은 다른 개혁보다 덜 위험할 수 있습니다.
북한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역사를 다룰 때 농민운동이나 농민봉기를 중시합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농민의 봉기나 반체제 운동은 그렇게 많지 않고 이런 정치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는 농민들의 노동 특성과 직결됩니다.
노동자들과 달리 농민들은 같이 일하는 것보다 개인적인 생산활동을 더 많이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골에는 위험한 사상을 소개할 수 있는 지식인들도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민들은 경제적으로 잘 살기만 한다면 정부에 대해 반대를 가할 세력이 아닙니다. 북한 농민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정부가 작은 양보를 한다 해도 노동자나 지식인들의 만족도는 크지 않고, 보다 더 많은 양보를 정권에 요구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에서의 경제 개혁은 정치적 위험을 감수해야하지만 농촌 개혁은 다른 문제입니다.
사실상 이런 농촌 개혁은 15년전이나 20년전에 시작됐어야 하고 또 할 수 있었습니다. 김정일 정권이 진작에 이러한 정책을 실행했다면 수많은 농민들이 아사한 기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늦게나마 시작한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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