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 탈북 여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여성은 압록강 근처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그가 어린 시절을 이야기 하면서 저녁마다 압록강 건너 중국 쪽 기슭을 바라보다가 왜 중국 쪽에는 불빛이 환한데 북한 쪽은 어둡기만 하냐는 질문을 하곤 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압록강을 방문해 본 사람들은 이 질문이 뭘 의미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압록강 하류에 위치한 중국의 단둥과 북한의 신의주는 중국과 북한의 경제격차를 한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중국 도시는 20, 30층의 건물이 새롭게 많이 건설되고 있고 밤이면 빛나는 가로등들이 많고 거리에서는 자동차 불빛도 휘황합니다. 반면에 북한 쪽을 보면 밤10시나 11시까지 김일성 동상 옆에 있는 조명 불빛만 보일 뿐입니다. 물론 북한 기슭에는 2~3층짜리 낡은 주택들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 모습을 본 중국 사람들은 자기 나라의 눈부신 성장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본 북한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북한 사람들의 의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외국 생활에 대한 지식의 확산입니다. 물론 남한의 경제적 성공과 풍요롭고 자유로운 생활에 대한 정보의 확산은 북한에 제일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중국에 대한 지식의 확산도 어느 정도 북한 정권의 기반을 흔들리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 정부가 남한에 대한 지식의 확산은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지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너무나 가까운 중국에 대한 지식의 확산은 쉽게 막을 수 없습니다.
중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은 북한이 고수하고 있는 국가 사회주의의 약점을 너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성장의 좋은 예가 되고 있는 단둥시만 해도 70년대 중반까지는 맞은편 신의주보다 훨씬 어렵게 살았습니다. 당시, 북한 사람들은 중국을 보았을 때 어렵게 사는 중국 사람에 대해서 안타까움과 동정심 많이 느꼈습니다. 1960년대 통계를 보면 중국의 1인당 소득은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의 반도 안됐습니다. 현재 중국의 1인당 소득은 북한보다 3배나 높습니다.
물론 북한 사람들이 이러한 통계를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 변경도시의 고층 빌딩과 화려한 간판들은 어떠한 통계보다 중국의 경제발전상을 잘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매일 저녁마다 이 모습을 보는 신의주시의 주민을 비롯한 수많은 북한 사람들은 우리도 변해야 살 수 있다는 현실을 절감할 것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