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 농업개혁 포기는 불행자초

0:00 / 0:00

북한 정권은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중국식 개혁 외에는 길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이 체제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민들의 생활개선 보다 자신들의 특권유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한 지도층은 현 단계에서 중국식 개혁을 도입할 수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이 같은 결정은 반민족적, 반 인민적 논리이지만 북한 지도층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해할 수도 있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제가 정말 의외라고 생각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 너무 개혁을 외면한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식 개혁은 체제유지에 너무 위험한 시도라고 볼 수 있지만, 농업부문에서의 개혁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반면 정치적으로는 그리 위험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국식 개혁이 왜 위험한 것인가? 만일 북한 정권이 중국처럼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다면 북한 사람들이 남한을 비롯한 외국생활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게 되고 북한주민들이 얼마나 어렵게 살고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개혁 개방 덕분에 인민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감시가 많이 줄어들어 보위부를 비롯한 사정기관에 대한 공포감은 훨씬 덜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북한 집권세력에 반대하고 남북통일을 요구하는 민중운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농업개혁은 정치문제 개혁만큼 위험하지 않습니다. 인류역사의 경험이 잘 보여주듯 작은 마을에서 사는 농민들은 도시에 사는 노동자나 사무원과 달리 정치 활동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결국, 농어민들은 특정 정권에 도전할 능력도 관심도 없습니다. 농민들은 농사를 잘 짓게 해주고 정부가 많은 것을 베풀어 줄 때 만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협동농장을 중시하는 농업정책은 북한이 갖는 최대의 약점입니다. 농민들은 국가이든, 지주이든 간에 다른 사람이나 조직이 소유하고 있는 땅에서는 열심히 일할 맛이 나질 않습니다. 공산주의 국가들의 오랜 경험이 이 같은 사실을 잘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중국은 1970년대 말부터 북한 협동농장과 비슷한 형태의 집단농장을 해산하고 땅을 농민들에게 장기 임대의 형식으로 나누어주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개인 땅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보았을 때, 개인 땅과 다름 없는 것입니다. 중국은 토지를 농민들에 나눠주는 개혁조치 이후 6, 7년만에 식량생산이 40%정도 증가해서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했습니다.

북한도 같은 정책을 실시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작년에 북한은 6.28 방침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6.28방침의 내용을 보면 농업개혁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최근에 북한은 6.28방침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불행한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특권계층의 입장에서도 보아도 농업개혁은 체제유지에 위험하지 않으면서 경제적으로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