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간에 최근 남한과 북한에서 공히 통일 공포증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통일 공포증을 초래한 것은 통일 비용에 대한 우려입니다. 쉽게 말하면 남한 사람 특히, 남한 젊은이들은 남한보다 너무 어렵게 사는 북한을 통일 후에 발전시키기 위해 엄청난 금액의 돈을 투자해야 하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통일 후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습니다.
한반도통일에 대해 공포증이 가장 심한 북한 사람들은 북한의 지배계층입니다. 그들은 통일이 닥쳤을 때,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차별과 숙청을 당하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북한이 꿈꿔왔던 적화통일이 이뤄진다면 남한 사업가들이나 공무원들이 반동분자로 숙청되거나 처벌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남한이 주도해서 통일이 될 경우 반대로 자신들이 숙청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러한 우려는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과장 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북한 체제가 무너지고 남북통일이 될 경우에도 북한 간부계층은 별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기본적인 이유는 북한에서는 간부계층만이 수십 년 동안 지식과 경험을 독점해왔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사회체제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해도 국가나 사회에는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행정기관이든 학교든 공장이든 책임자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책임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일까요? 압도적으로 노동당 간부 출신들입니다. 북한과 같은 사회에서 간부들이 아니면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구소련 사람이기 때문에 소련에서 공산주의 독재 정권이 무너진 다음에도 아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러시아의 유력한 사업가 대부분은 사회주의 시대 장마당에서 장사를 했던 사람들이 아닙니다. 러시아의 경제를 지배하는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소련시대 국가기관이나 공장의 지배인들입니다. 현재의 러시아 정치인들 대부분도 과거 공산당 간부들로 활동했던 사람들입니다.
물론, 북한의 민주화나 통일의 실현을 무서워해야 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노동당 고급간부들이나 보위부의 중간간부 이상 공무원들은 지금의 권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들의 상당수는 감옥에 갈지도 모릅니다. 사실상 저는 한반도 통일 후에는 과거 잘못을 전혀 조사하지 말고 모든 노동당 간부들을 일괄해서 사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지 않을 경우에도 북한 간부들 대부분은 별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도당 지도원이나 공장 지배인은 통일 이후에도 평범한 인민이 되기보다는 통일 후에도 간부로 활약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인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싫어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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