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위성발사는 정치에 서툰 김정은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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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4월 중순에 위성발사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는 갑작스러운 결정이 결코 아닙니다. 세습 독재국가에서 왕조 창시자에 해당하는 인물의 100번째 생일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김일성 생일 100돌을 맞은 2012년, 북한 정권은 강성대국을 선전하기 위해서 위성발사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또 발사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대단히 성공한 것처럼 선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궁금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 2월 29일 북한과 미국이 채택한 합의서에 의하면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미국에서 24만 톤 정도의 식량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물론 위성발사 때문에 이러한 합의서는 백지화될 것입니다. 북한은 평화로운 위성발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어린 중학생들도 잘 아는 바와 같이 위성발사는 핵무기용 장거리 미사일과 제작 원리가 같다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2월 회담 당시 미국 측은 위성발사의 경우 식량 원조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고서도 북한 정부는 16일 만에 미국과의 회담을 위반했고 로켓발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 측은 북한 나름대로 위성발사를 해야 할 명분이 있습니다. 첫째로 위성발사는 북한 내에서 새로운 정권의 힘을 향상시키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둘째로 위성 발사는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실험하기 위함입니다. 셋째로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압력을 가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북한은 위성발사를 하면서도 미국에서 무상으로 식량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북한은 2월에 미국과 합의서를 작성했을 때 발사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때 미국과의 회담을 잠시 미루고 위성을 발사한 뒤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옳습니다. 가령 회담을 2월이 아닌 오는 8월이나 9월에 시작할 예정이었다면 발사도 하고 미국 식량도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정치를 잘 이해하는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 있었더라면 아마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국제사회에서의 회담과 협박정책을 조절할 능력이 없어 보입니다. 이것은 북한 지도부의 정치적 과도기에서 오는 혼란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바꾸어 말하면 나이가 젊고 경험이 별로 없는 김정은이 아직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