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저는 통일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바로 남북한 주민들의 입장입니다. 1990년대까지 북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남한 사람들이 통일을 제일 중요한 정치 목적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남한사회에서는 위험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남한 사람들, 특히 30살 이하의 젊은 세대들의 소원은 통일이 아닙니다. 그들이 받아온 교육 때문에 통일을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은 통일이 늦을수록 좋다는 입장을 표시합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변화를 초래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의식변화입니다.
젊은 남한 학생들이나 청년들은 북한과 특별한 관계가 없고 북한에 남아있는 친척이 있더라도 그 사실을 잘 모릅니다. 그들은 중국, 미국, 호주 등 세계 여러 나라를 가볼 수 있지만 유일하게 북한만은 갈 수 없습니다. 북한이 같은 민족이라고 교육받았지만 한민족임을 체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통일 비용, 즉 통일이 초래할 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입니다.
남한은 부자국가입니다. 1인당 소득이 북한보다 최소 15배, 최대 50배 정도 많습니다. 세계에서 1인당 소득격차가 이렇게 심각한 이웃나라는 남북한 밖에 없습니다. 90년대 초까지 남한 사람들은 북한의 경제 사정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을 통해 또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의 현실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남북통일의 경우, 남한이 많은 자본을 북한을 지원하는데 써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 그들의 생활이 어려워 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독일의 흡수통일의 경험도 남한 젊은이들의 우려를 확인해 줍니다. 동서독 1인당 소득격차는 남북한의 1인당 소득격차 만큼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1:2 아니면 1:3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독사람들에게 통일은 무거운 부담이 되었습니다. 통일 독일의 경제적 위기를 본 젊은 남한 사람들은 통일을 부담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통일은 늦을수록 좋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말하면 이것은 참으로 위험한 경향이라고 생각됩니다. 통일은 모든 사회적 변화처럼 모순과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한이 모두 희생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통일은 보다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유일한 방법입니다. 통일 이후 과도기가 고생스럽고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이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지나갈 것입니다. 결국 이북 사람도 이남 사람도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자랑스러운 새로운 조국이 탄생하게 될 겁니다. 문제는 남한의 젊은이들 가운데 이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세월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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