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부정부패로 먹고 사는 북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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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시대, 북한에 부정부패가 굉장히 많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부정부패가 이만큼 심각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합니다. 북한에서 지키기 어렵거나 지키기 불가능한 규칙과 법칙이 많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시대착오적인 정치, 경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시대착오적인 규칙을 많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장마당에서 이런저런 상품을 팔아서는 안 되고 개인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가면 안 되고, 집에서 이런저런 물건을 생산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이러한 규칙을 모두 다 지켰다면 그들은 다 굶어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현재 북한 경제가 돌고 있고 북한 주민들이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은 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주민들을 감시하는 간부들은 이러한 규칙위반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주민들로부터 뇌물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면 북한에서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행증을 발급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체제는 내 고향인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에서도 없었던 일입니다. 그러나 장사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은 불가피하게 서비차를 이용하여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합니다.

그 때문에 여행증 없이 갈 경우 처소에서 뇌물을 주고 갑니다. 처소에서는 담배를 주면 통과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인민위원회 2부에 뇌물을 주면 여행증을 받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 존재 의미가 사라진 여행증 제도가 없다면 이렇게 많은 뇌물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규칙 때문에 경찰, 2부, 군대 간부와 군관들은 적지 않은 소득을 얻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부정부패는 북한 경제가 돌고 있는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 간부들이 기적적으로 하루아침에 뇌물을 받지 않고 모든 규칙을 철저하게 준수하기 시작한다면 북한에서 며칠 안에 먹을 것이 다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정부패는 좋은 현상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도덕적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조만간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하는 김정일 사회정치제도는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에서 살게 될 사람들은 김정일 시대의 습관을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비합리주의적인 제도가 없어진 후에도 구시대 출신 간부들은 부정부패 행위를 당연시 할 것입니다.

이것은 좋지 않은 현상입니다. 세계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심한 부정부패는 나라의 경제성장을 파괴하는 잘못된 사회습관입니다. 이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북한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부정부패는 임시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구원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결코 미덕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