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전쟁을 막는 것은 타협과 양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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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초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천안함사건과 연평도사건 이후 북한이 다시 한 번 도발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보였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남측은 이러한 도발이 다시 생길 경우 강경하게 대응한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이에 따라 이번 남북 갈등이 전쟁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몇 개월 동안 북한은 도발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리비아 사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비아 사건과 빈 라덴 사살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오바마 현 정부는 위기의 경우 군사력을 이용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평양 전략가들은 이를 보고 도발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도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습니다. 북측의 목적은 남한이 대규모의 대북 지원을 재개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서울 분위기를 보면 대규모 식량지원을 재개할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북한정권은 많은 우려를 낳을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이 남한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도발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북한 전략가들의 희망은 북한의 도발로 남한 내 긴장감을 조성하고 남한 주민들이 보다 더 부드러운 대북정책을 요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이렇게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지 모를 북한의 도발은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남한에서 20년 동안 살면서 남한 주민들의 북한 정권에 대한 적대감과 실망감이 최근처럼 심각한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도발은 공포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적대감을 더욱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지금도 강경한 정책을 더 강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위험이 있습니다. 남한 측이 앞으로의 북한 도발에 강경한 대응에 나서기로 한 만큼 다시 한 번 북한이 공격할 경우 아직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대규모 반격을 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북한 호전 군인들은 이것을 구실로 이용하여 자신의 힘과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보다 더 큰 규모의 도발을 강행할 것 같습니다. 결국 한반도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북한 최고지도자들은 이러한 전쟁을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 같은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현재의 호화스러운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최대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이 반격할 경우 북한 최고 지도부는 사전에 통제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몇 개월 한반도가 평화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이렇게 고요하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위기를 해결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은 타협과 양보입니다. 유감스럽지만 지난 몇 년 동안 한반도에서 타협과 양보를 하려는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