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북한 경제가 조금씩 좋아지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평양을 가보면 차도 많고 고급식당에는 손님이 굉장히 많습니다. 물론 북한은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입니다. 평양생활과 지방생활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경제사정이 좋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략적으로 말하면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하자원을 중심으로 한 대중국 무역 때문입니다. 지난 십 년 동안 중국회사들은 북한 북방지역의 채굴권을 확보하고 석탄, 철석, 구리 등을 많이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북한과 중국 양측의 무역과 협력 조건이 불평등한 것이지만 북한 측도 얻은 것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보이지 않는 시장경제성장입니다. 북한시장경제를 발전시킨 것은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는 여성들뿐이 아닙니다. 1990년대부터 북한 고급간부들은 자신의 인맥을 이용하여 그들이 통제했던 기업을 자신의 개인 재산처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외화벌이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국가에서 월급을 받는 간부들이지만, 사실상 개인 사업가들과 다를 바가 별로 없습니다. 그들은 중국을 비롯한 외국으로 다양한 상품을 수출하고 이렇게 얻은 이익으로 잘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경우 국가기업소에서도 지배인이든 당비서든 자본주의 국가의 개인회사 사장처럼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소는 국가소유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상 고급 간부들의 이익을 위한 수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개인 장사나 시장경제에 대해서 의심과 적대감이 많은 북한 서민 대부분은 이러한 사람들을 도둑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도둑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경제가 좋아지며 서민들이 이제 굶어죽지 않는 이유는 도둑과 같은 간부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은 1980년대 중국이나 1990년대 소련과 유사한 모습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이와 같은 시장화를 인정하기도 어렵고 체계적으로 지도하기도 어렵습니다. 이유는 체제유지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북한이 중국처럼 경제성장의 길을 열어주는 개혁과 개방을 한다면 북한 주민들은 남한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자신의 의견을 표시할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일가 정권을 반대할 수도 있고 남한과의 통일을 요구하기 시작할 가능성도 높을 것입니다.
그래서 체제유지를 어떤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한 정치 엘리트는 개혁과 개방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북한 경제사정이 중국이나 베트남, 한국만큼 빨리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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