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 전에 외국인 학생 3명과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러시아사람 2명과 영국사람 1명입니다. 그들은 모두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들로 남한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들은 먼저 한반도통일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고려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자기 학과 학생들은 북한에 대해 지극히 무관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자기 과 친구들은 마치 북한이란 존재가 없는 것처럼 여기면서 살아간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란 존재에 생각이 미치면 주로 어떻게 하면 통일을 미루고 현재대로 살아갈 수 있나 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입니다.
유감스럽지만 이것은 남한 사회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과거 멸공통일, 북진 통일을 꿈꾸었던 나이 많은 세대는 오히려 통일을 염원했습니다. 연방제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가졌던 중년층은 통일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을 완전히 다른 나라로 인식하게 된 현대의 남한 청년들은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한 젊은이들도 통일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내놓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학교에서 받는 교육도 그렇고 남한 사회의 지도층이나 정치세력도 통일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좋든 싫든 간에 남한 청년들에게 통일이란 말은 곧 엄청난 통일 비용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남북한만큼 경제 수준 격차가 심각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한 사람들은 통일이 된다면 북한에 엄청난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남한사람들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물론 남한의 부모님 세대도 통일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남한 사람들에게는 북한이 같은 민족, 같은 나라였다는 연대감이 남아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이러한 연대감이 아주 약합니다.
지금 한국 언론이나 정치계에서는 통일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10년이나 15년 후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한국 정치 무대에서 통일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세력이 생길 수도 있고 통일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남한사람들이 통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기 시작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긴 하지만 한편 생각해 보면 한반도의 장래를 위해 너무 위험한 일입니다. 앞으로 통일 비용이 진짜 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 천년 한반도의 역사를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통일 비용 문제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래 갈라졌다 다시 하나된 나라에서 처음에는 갈등과 부작용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머지않아서 북한 사람도 남한 사람도 통일 때문에 많은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통일이 된 나라에서 더 자유롭게 더 풍요롭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감스럽지만 남한 청년 학생들은 이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그들에게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줘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남한사회에서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월이 갈수록 북한을 완전히 다른 외국처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통일은 가능하면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