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북한 국내 경제가 좀 나아진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물론 북한은 지금도 동아시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로 남아 있습니다. 아직도 북한 주민들은 강냉이밥마저 제대로 먹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굶어 죽는 사람들은 이제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처럼 그나마 입에 풀칠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장마당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에서 배급과 어떤 지원도 받지 못 하게 된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고 산에 올라가서 소토지를 경작하여 생존해가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경제상황을 보면 옛날식 사회주의가 남아 있는 곳은 평양뿐입니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에서 잘 볼 수 있듯이 이들 국가에서 사회주의가 없어지자 경제성장이 급속도로 빨라졌습니다. 더 나아가 세계에서 중국 공산당 만큼 자본주의 경제를 성공적으로 건설한 정치세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자본주의적인 장마당의 탄생은 기근을 막기는 했지만 경제성장을 초래하지는 못했습니다. 왜 이러한 차이가 있을까요? 그 이유는 정부와 노동당의 입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경우 정부와 공산당 간부들은 시장 경제 성장을 반대하기보다 시장경제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경우에도 국가가 개인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부가 은행을 잘 운영하면 개인보다 쉽게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 국가가 개인장사를 금지하지 않는다면 보안원이 장사꾼들에 뇌물을 요구하는 경우도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물론 국가가 철도, 도로 등을 건설해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경제가 더 빨리 성장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세계에서 제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양상은 전혀 다릅니다. 북한 정권은 중국처럼 개혁과 개방을 허락하면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장마당과 장사를 완전히 금지하기는 어렵지만 적극 권장할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실례로 2009년 화폐개혁을 비롯한 북한 정권의 정책을 보면 기본 목적은 장마당 단속입니다. 북한당국자들은 물론 제대로 된 단속도 하지 못합니다. 현재 북한에서 장마당 말고는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꾸준한 단속 때문에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 북한 주민들이 1990년대처럼 굶어죽지는 않지만 중국 사람들처럼 잘 살 수도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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