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의 정치 경제 상황은 참 이상합니다. 북한 정부는 대규모 기근을 피하는 방법도 알고 있고, 주민 감시를 강화해 유지하고 있으니 정치 체제 붕괴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만성적인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북한은 중병에 걸린 병자와 비슷합니다. 죽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건강해질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북한 체제가 곧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별로 없습니다. 김정일 일가의 정권은 국내 정치를 통제하는 방법을 잘 압니다. 그들의 정책 때문에 북한에서는 정권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서로 믿지 못하는데다 보위부를 비롯한 정치 기관에 대한 공포가 너무 심해서 감히 입을 열지 못합니다. 특히 정보의 차단으로 이웃나라의 경제성장을 모르는 북한의 민중은 체제에 대한 불만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또한 북한정부는 기근을 피하는 방법을 잘 배웠습니다. 필요할 때 해외에서 지원을 받는 방법도 알고 국내에서 장마당 활동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눈감아 줌으로써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경제성장을 이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정치 때문에 바꾸지 못하고 있는 북한 국가사회주의 때문입니다. 세계역사에서 잘 볼 수 있듯이 소련처럼 국가 사회주의를 택한 나라들은 먼저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지만 20~30년 이후에는 심한 침체에 빠지게 됩니다. 이 침체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중국처럼 개혁과 개방을 통해서 시장경제로 바꾸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중국을 모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다면 국내 정치가 흔들리기 시작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분단국가인 북한에서 중국식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다면 북한 체제 유지는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북한은 죽지도 않고 낫지도 못하는 병자와 비슷한 사회입니다. 이러한 상태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김정일 사망까지 이러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정일 사후에 체제가 바뀔 수도 있겠지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장기적으로 말하면 북한 체제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앞으로 10~2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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