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소련 패망 20주년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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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지 20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구 소련 사람들의 소련체제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소련 체제의 붕괴를 후회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있다면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반대로 소련의 붕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또 누구입니까?

구 소련 사람으로 나는 이와 같은 질문을 북한 사람들에게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에 조금 간단히 대답하고 싶습니다.

1990년대 초 소련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소련사람 대부분은 사회주의에 대한 실망이 컸습니다. 당시 소련사람 대부분은 사회주의가 무너지자마자 소련이 독일이나 일본을 능가하는 생활 수준을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어려운 과도기가 불가피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과도기가 길어야 2~3년 정도일 것으로 알았습니다. 물론 그들의 희망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소련에서 사회주의 붕괴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초래하였습니다. 소련 사람들이 기대했던 경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90년대 중엽에 들어서면서 소련의 새로운 체제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이와 같은 후회는 97년이나 98년에 극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러시아의 사회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과도기가 기대했던 만큼 빨리 끝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98년, 99년부터 러시아 경제는 빨리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르겠지만 지난 십여 년 동안 세계에서 경제성장률이 제일 높은 나라 중 하나가 바로 러시아입니다. 러시아의 매년 경제 성장률은 6~7%입니다.

물론 이와 같이 좋아지는 경제조건 덕분에 구 소련 사람들은 사회주의 체제가 끝나버린 데 대한 후회를 덜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사회주의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치 세력을 대표하는 러시아 공산당의 지지율은 최대 15%에 불과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러시아 성인 가운데 소련식 사회주의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7명 중에 1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붕괴된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후회가 그리 심하지 않다는 것이 오늘날 세계에서 러시아의 정치적인 역할에 대한 아쉬움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실상 지금 러시아의 많은 사람들은 구소련 사회주의 체제를 비판적으로 생각합니다만 과거 소련이 맡았던 초강대국의 역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현대 러시아의 국력의 약화를 유감스럽게 봅니다.

물론 이것은 주로 러시아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독립해서 주권국가가 된 구 소련의 가맹공화국들을 보면 아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경제가 많이 어려워진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소련의 붕괴를 후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반대로 민족 의식이 강하거나 경제가 좋은 지역에서는 구 소련시대를 악몽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절대 대다수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소련사람들은 소련 해체 이후 원래 희망이 컸고 나중에는 실망이 컸으며 지금은 다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높습니다. 이것은 북한 사람들이 보기에 아주 중요한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