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미래를 알 수 없고,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미래에 대해서 꿈을 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얼마 전까지 남북한의 바람직한 미래가 무엇이냐고 하는 질문에 '북한의 민주화와 남북통일'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5-7년 동안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보니까 통일은 좋지만 북한이 얼마 동안 중국과 같은 나라, 즉 개혁을 통해서 경제를 살리면서 서서히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는 나라로 남아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20세기 후반기는 동아시아의 성장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전쟁 때문에 폐허가 된 일본도, 제국주의 침략과 내부 갈등 때문에 고생이 많았던 중국도, 작은 섬나라인 대만도, 중국 미국 프랑스 등 강대국의 침략을 당했던 베트남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였습니다. 사실상 동아시아에서 아직 고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라는 북한뿐입니다.
물론 일제 시대 낙후한 농업 지역이었던 남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국가가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방법은 시대와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유사합니다. 이들 국가는 지하자원이 없거나 너무 부족해서 그들의 유일한 자원은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뿐입니다.
그래서 이들 국가는 해외에서 재료와 부속품, 그리고 기술까지 수입했고 국내에서 가공한 다음에 완성품을 다시 수출하였습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동아시아는 세계의 공장, 세계의 공업지대가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전략을 발견하고 시작한 나라는 대만과 남한이지만 베트남과 중국은 선봉자들인 남한과 대만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물론 중국의 경우 이와 같은 정책을 시작한 세력은 공산당 간부들입니다. 그들은 소련에서 수입했던 국가사회주의가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효과성이 훨씬 높은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 경제를 1970년대 말부터 도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덩샤오핑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은 경제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국내 안전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잘 알았습니다. 일본 침략, 군벌, 문화대혁명, 대약진 운동 때문에 혼란이 많았던 중국 사람들은 안전을 매우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 때문에 덩샤오핑은 중국에서 개혁과 개방을 시작했을 때 경제에서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동시에 정치부문에서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였습니다.
결국 중국은 공산당에 의해 자본주의를 건설한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러한 정치 덕분에 중국 사람들의 생활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들은 정치참여의 권리를 즐길 수 없지만, 물질적인 생활조건, 보건상황, 평균수명 등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제가 보니까 북한도 비슷한 길로 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은 중국 방식을 모방한다면 간부들은 특권과 권력을 유지하지만 서민들의 생활이 많이 좋아질 것입니다. 자유가 곧 오지 않지만, 경제상황이 좋아지는 동시에 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어느 정도 완화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혁명이 불가피하게 초래하는 혼란을 회피할 수도 있고, 고생이 많은 흡수통일보다 단계적인 통일이 나중에 가능할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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