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소련 붕괴후 삶이 악화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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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련에서 태어나 자라난 사람입니다. 이런 저에게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공산주의가 무너진 이후 잘 사는 사람은 누구이며 못사는 사람들은 누구냐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대답 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공산주의가 붕괴된 후 생활이 더 좋아진 사회계층이 많지만 반대로 생활이 어려워진 사회계층도 없지 않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공산주의 시대에 잘 살았지만 공산주의 붕괴 이후 생활이 어려워진 계층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우선 대표적으로 상점 판매원이나 국영 상점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공산주의 붕괴 이후 삶이 더 힘들어졌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사회주의 경제는 물품이 부족합니다. 북한처럼 배급제를 절대화한 사회주의 국가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북한과 달리 자유 판매를 실시하는 사회주의 국가라도 상점에 물품은 항상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판매원은 왕이었습니다.

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받고 싶고, 사고 싶은 물품을 통제하는 큰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까운 사람들이나 뇌물을 주는 사람들에게 얻기 어려운 상품을 팔며 인맥을 강화하고 암시장에 물품을 내다팔면서 엄청난 이익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에서는 이것은 옛날이야기입니다.

자본주의의 시장 경제는 물품이 많고 다양합니다. 돈만 있으면 아무 때나 필요한 것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판매원의 역할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건을 살 때 판매원과 관계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돈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판매원이 아니라 물건을 사는 소비자가 왕입니다.

그래서 지금 러시아에서 판매원이라는 직종은 사회적 구조에서 거의 밑바닥으로 하락했습니다. 소득도 높지 않고 사회적 인기도 별로 없는, 무숙련 노동자가 하는 일이 돼버렸습니다. 주로 다른 직업을 찾기 어려운 중년여자들이 하는 일입니다.

물론, 20년 전 소련에 시장경제가 도입되었을 때 판매원에서 개인 장사로 직업을 바꾼 사람도 더러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현재 러시아 시장 경제에서도 잘 적응하고 잘 살고 있지만 이런 사람들의 숫자는 정말 얼마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회주의 시대 판매원들은 자신들이 영원히 왕처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의 희망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회주의 시대 판매원의 몰락은 지금 북한 인민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생활이 쭉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변화는 조만간 닥쳐올 것입니다. 또 갑작스럽게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변화를 준비하는 사람들만이 새 세상에서 새롭고 풍요로운 삶을 약속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