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폭우? 북 농업이 무너진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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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보도를 보면 북한 지역 곳곳에도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합니다. 황해도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들으니 고난의 행군 시대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1995년과 1996년의 폭우는 북한 농민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었습니다. 북한 언론은 당시 북한 농업이 무너져 기근이 시작된 이유가 폭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1996년, 남한과 북한에 똑같은 폭우가 내렸지만 그 결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1996년 북한은 큰물 때문에 보통 때보다 수확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지만 남한이 입은 손실은 미미한 편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본적인 이유는 북한 경제구조 때문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농업 소유 구조입니다. 북한에서 농민들은 땅 주인이 아닙니다. 사실상 북한 농장원들은 조선 봉건 시대에 양반들이 시키는 대로 일할 수밖에 없었던 노비들과 다를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농민들은 비록 노비와 같은 처지로 전락했지만 땅을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이 세상에 땅을 중시하지 않는 농민은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농민들은 자신이 땅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간부들이 어리석은 명령을 내려도 그대로 따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1980년대부터 북한 간부들은 다락밭을 많이 경작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농장원들은 큰물이 나게 되면 다락밭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입을 열지 않고 간부들이 시킨 대로 했을 뿐입니다. 그 결과 북한전역의 다락밭은 대부분 다 허물어져 폐허가 되어버렸습니다. 도로나 공장시설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이 아닌 농장원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간부들도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옛날에 대를 이어 같은 마을에서 살아왔던 양반들은 농민들을 착취하고 압박했지만 자신의 소유인 경작지에서 보다 많은 보장을 받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현대판 양반으로 볼 수 있는 북한 간부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보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야망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입장에서는 수십 년이 지나도 문제없이 잘 가동되는 시설, 수백 년 동안 많은 수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좋은 경작지의 개발 등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보다 더 급한 것은 바로 현재의 고급간부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도당비서, 중앙당 지도원들에게 보여주는 공장이나 도로가 몇 년 후에 무너진다고 해도 그것은 지방 간부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도 땅이나 공장시설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인의식이 없는 북한의 농업경제는 결국 심한 위기에 빠져서 1996년에 타격을 받고 무너졌습니다. 이것은 큰물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북한의 경제구조, 경영구조, 소유구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