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복지국가와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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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을 보면 '세금'이란 단어를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 대부분은 세금이란 것이 살기 좋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착취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세금 부담이 제일 높은 나라들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핀란드와 같은 북구라파의 민주 사회주의 국가들입니다. 이들 나라는 빈부 격차가 거의 없고 사람들이 평등하고 풍요롭게 사는 사회들입니다.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정말 지상 락원처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들 국가에서 주민들은 전체소득의 40% 이상을 세금으로 국가에 바쳐야 합니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서 수입의 50% 정도를 세금을 낸다고 해도 놀랍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부자들은 자기가 번 돈의 60~70% 정도를 세금으로 국가에 바칩니다. 북한 사람들이 들으면 놀랍게도 부자들의 세금 부담이 훨씬 더 큽니다. 예를 들면 스웨덴에서 보통 사람이 40% 정도 내고 부자이면 60% 정도 냅니다. 자기가 번 돈의 절반 이상을 국가에 주는 셈입니다.

왜 그럴까요? 잘 사는 선진국 대부분은 다양한 복지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노인들은 연금을 받고 환자들은 어떤 경우든 무상 치료를 받고 학교도 대학교까지 무상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이들 민주 사회주의 국가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북한은 무상치료, 무상 교육을 하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사실상 이 같은 제도가 무너진지 15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과거 한때 이러한 정책을 실시했을 때에도 선진국에 비하면 원시적인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평범한 일반인들도 누구든지 북한에서 고급간부가 봉화진료소에서 받는 것보다 훨씬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복지 정책이 절대 공짜는 아닙니다. 고급 시설도 필요하고 병원이나 학교를 건설할 필요도 있지 않습니까? 그 많은 자원과 돈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북한이 모방하고 있는 소련식 국가사회주의 나라들에서는 정부가 경제를 관리하고 돈을 받고 이 돈으로 사회복지 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역사 경험이 잘 보여주듯이 국가 간부들은 경제 관리를 잘 못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나라들에서 국민들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다음에 국가에 소득의 일부를 세금으로 바치게 합니다.

그런데 민주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는 세금 부담이 왜 그렇게 무거울까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들 국가들은 다른 선진국보다 복지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이들 국가에서는 국민소득의 양극화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보고 빈부격차를 없애기 위해 많이 노력합니다.

제가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부자이면 세금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결국 큰 부자들은 전체 소득의 절반 이상을 국가에 바침으로써 많은 일반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기 어렵고 잘 못사는 사람들은 세금 덕분에 부자들이 번 돈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바꿔 말하자면 국가가 세금이란 수단을 통해 빈부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잘 사는 선진국일수록 국민의 세금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은 오늘날 세계에서 거의 공통된 법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