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민족주의와 경제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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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 김일성 주석은 북한 사람들이 잘 살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이 고깃국에 쌀밥을 먹고 기와집에서 살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가에서 이러한 생활은 꿈만 같은 얘기였습니다.

5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동아시아 국가들의 모습은 달라졌습니다. 남한이나 일본은 자가용이 없는 집이 별로 없고 쌀밥에 고깃국을 많이 먹으면 비만이 와 건강을 해친다고 멀리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개혁개방 이후에는 어렵게 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쌀밥을 먹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50년 전의 이 약속을 지금까지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지배 계층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 파탄에 따른 인민의 먹는 문제 해결이 여전히 제일 중요한 문제입니다. 북한은 이웃나라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생활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만 아니라 세월이 갈수록 다른 나라와의 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에게 제일 위협적인 요소는 남한의 경제적인 성공과 풍요로운 생활입니다.

물론 북한당국은 남한의 경제적 성공과 풍요로운 생활을 북한주민들이 알지 못하도록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 역사를 다 살펴보아도 북한 정권만큼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통제하거나 가로막는 정권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립정책은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통신기술과 전자기술의 발달로 인해 해외에 대한 정보가 훨씬 더 쉽고 빠르게 확산 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녹화기, 컴퓨터 등의 보급은 바로 정보와 지식을 확산, 분석, 전파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북한 당국자들이 남한의 경제적인 성공을 인민들에게 더 이상 숨기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다른 수단을 이용하려 노력합니다. 그 수단들 중에 아마 제일 중요한 수단은 민족주의입니다.

북한 어용 언론과 선전일꾼들은 남조선이 물질적인 생활은 누리고 있지만 정신적인 문제가 많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남한의 경제 발전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남한 사람들은 민족성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거짓 선전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계인들은 Korea라고 하면 북한은 없고 바로 남한을 떠올립니다. 남한의 성공은 단지 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 예술, 문화 분야에서도 대단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 중국이나 일본에 가서 북한 영화를 보겠다는 사람이 있을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수령님의 위대성과 노동자들의 대중 영웅주의를 다루는 북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남한의 영화나 텔레비전 연속극은 인기가 너무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말하면 오래전부터 한국이란 나라는 중국과 일본에서 문화적인 영향을 받았지만 요즘에는 중국과 일본이 한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기술도 비슷합니다. 지금 한국의 자동차가 세계에서 잘 팔리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보다 탁월한 품질 때문입니다. 남한에서 만든 휴대폰, 컴퓨터 등은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며 남미에서 북유럽까지 어디에서나 제일 훌륭한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북한 당국자들이 민족주의와 민족자랑만 가지고 자신들의 체제유지를 위해 인민들을 설득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지배계층은 경제파탄을 정당화하고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아무도 믿지 않는 민족주의 자랑을 계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