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언론에서는 사회주의 붕괴 이후의 소련 모습을 아주 부정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언급하는 내용 중 하나는 공산주의 사상에 충성한 당간부들이 크게 고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북한 언론을 있는 그대로 믿으면, 구 소련에서 공산당 간부로 지내던 사람들이 지금 차별을 당하고 살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되고 이에 대한 반발로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구소련 출신이며 러시아 사람인 저는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웃음이 나옵니다. 지금 구 소련에 속했던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과거 공산당 간부였던 사람들만큼 잘 사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구 공산당 간부 출신들이 지금 러시아뿐만 아니라 소련에 속했던 다른 나라들을 그대로 다스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우선 중앙아시아 지역 나라들을 살펴봅시다. 이 지역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5개의 공화국입니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현직 대통령들은 소련 시대 공화국 공산당 책임 비서를 하던 사람들입니다.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소련시대 중급 공산당 간부 출신입니다. 공산당 간부를 지내지 않은 대통령은 키르기즈스탄에서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1980년대 말에 소련 체제붕괴를 초래한 세력은 무엇보다 공산당 간부들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물론, 대중들의 민주화 운동이 없었더라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부계층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련 공산당 간부 계층이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시장 경제를 포용하기로 결정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편으로는 그들은 서민들보다 해외의 모든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련이 군사력은 많지만 경제력은 가망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중앙정부의 계획경제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개인 이익을 위해 어떤 체제가 좋은지 생각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공장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들이 공산당 체제에서 공장을 경영하는 지배인보다 훨씬 풍요롭게 살 수 있습니다. 소득이 높을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자유가 주어졌습니다. 또한 안정성도 높습니다.
공장의 지배인은 아무 때나 보다 높은 상급 간부들에 의해서 직업에서 물러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공장의 소유자는 그 입장이 다릅니다. 물론 회사가 사업실패로 망할 수도 있지만 그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는 공장과 같은 재산을 자신의 자녀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장래와 개인의 이익을 감안해 소련 간부계층은 1980년대 말 사회주의 제도를 지키는 것보다 민주 운동가들과 같이 공산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지금도 자본가로서 권력과 특권을 누리고 있습니다. 사실상 지금 그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과 권력은 공산주의 시대의 그것보다 훨씬 더 많고 큰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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