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소련보다는 러시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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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잘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러시아 사람, 바꾸어 말하면 과거 소련 사람입니다. 소련이 무너진 다음에 러시아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소련시대와 비교해 보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나빠진 것보다 좋아진 것이 훨씬 많습니다. 그들 중에 하나가 바로 해외여행의 자유입니다. 지금부터 외국여행의 자유에 대해 통계적인 자료가 아닌 제 경험에서 나온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번 여름에는 제가 있는 서울 집에 러시아 손님들이 자주 찾아왔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데, 손님이 머물 수 있는 빈 방까지 포함해 비교적 큰 집에 살고 있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은 십여 년 전에 사귄 노브시비리스크 사람입니다.

노브시비리스크는 시베리아의 지방 도시인데 손님으로 온 사람은 노브시비리스크 기술대학 교원입니다. 그는 여름방학 마다 외국으로 갑니다. 돈이 생기면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유럽국가에 가는데 돈이 그리 많지 않을 때는 노브시비리스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중국으로 갑니다. 그는 제가 한국으로 초청한 지 10년 만에 한국에 왔습니다. 10일정도 우리 집에 머물면서 서울 구경을 했습니다.

북한식으로 보면 이것은 함흥화학공업대학 교원이 마음먹고 비행기를 타고 태국이나 필리핀으로 가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상상하지도 못할 일입니다. 러시아는 소련시대에도 개인의 외국여행이 북한과 달리 가능했지만 지금처럼 아무 때나 쉽게 가지는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놀랍게도 어머니 친구까지 왔습니다. 제 어머니는 80세가 되시고 친구 분은 67세입니다. 그 분은 지금 딸과 같이 모스크바에서 삽니다. 평생 구역병원 의사로 일하다가 몇 년 전에 완전히 퇴직하셨습니다. 그 분은 소련시대에도 다른 사회주의 국가로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지금처럼 자유롭고 쉽게 다니지는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올 봄에는 모스크바에서 모스크바 물리학 교수가 서울 우리 집에 잠깐 다녀갔고 9월 말이나 10월에는 사할린 대학교 러시아 역사 교수를 지낸 친구도 올 예정입니다. 이것은 러시아 민주화가 일으킨 생활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 공산주의 독재의 붕괴는 좋은 결과뿐만 아니라 좋지 않은 결과도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러시아에서는 초강대국이었던 소련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 주어진 자유를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부자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살기에는 지금의 민주주의 시대가 사회주의 시대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편리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