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안 먹히는 북의 협박·기만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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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 4월 북한은 정말이지 너무 시끄러웠습니다. 북한 언론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관 직원들에게 철수할 것을 권고하는 상황까지 발전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보여주는 작전 지도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북한 텔레비전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와 같은 북한의 위협과 협박을 완전히 무시하였습니다. 북한의 이와 같은 모습을 자주 접해 본 외교관들이나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남한시민들 조차도 북한의 위협과 시끄러운 소동을 우려하기보다는 웃음거리로 여겼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이것이 정치적 선동과 선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지난 역사를 보면 북한 외교관들이 아주 좋아하는 술책이 있습니다. 북한은 외부로부터 더 많은 양보와 지원이 필요해질 때마다 먼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도발정책을 시행합니다. 북한 언론은 여러 가지 위협을 가하고 어떤 경우에는 국지적인 무력도발까지 합니다. 물론 북한은 무력도발의 책임을 남한이나 미국을 비롯한 외국세력에 돌립니다.

이렇게 해서 긴장이 극에 달했을 때, 북한 정부는 타협을 찾기 위해 회담을 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생각했던 대상국가들은 북한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위기를 풀기 위한 대가로 많은 양보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북한은 이와 꼭 같은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제일 먼저, 4월과 5월에 위협을 통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5월초순부터 갑자기 180도로 입장을 바꿔서 핵 전쟁에 대한 위협대신에 회담과 타협에 대한 제안을 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북한측은 절대 불가하다고 주장하던 6자회담을 하자고 제안해 오기도 했고 미국과 양자 회담을 시작하겠다는 제안을 여러 번 했으며 4월에는 일방적으로 폐쇄했던 개성공단의 재개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사업 및 개성시내 관광사업 재개에 대한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이것은 1990년대 초부터 북한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해온 전술입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북한의 이와 같은 전술은 전혀 먹혀 들지 않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및 남한이 북한의 이와 같은 전술에 대해 완전히 눈치를 챈 것입니다. 1994년에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을 가해왔을 때, 남한 정부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긴장감이 심각하게 고조되었습니다. 올해는 북한이 똑 같은 위협을 가했지만 남한은 물론 다른 국가들의 반응은 아주 냉담했습니다. 결국, 북한은 이제 협박외교를 통해서 양보와 지원을 얻어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보기에는 북한이 이번에도 미국과 남한을 비롯한 외부에서 지원을 얻게 될 것입니다. 남한이나 미국이 북한의 위협과 협박을 전혀 믿지 않게 되었지만 북한체제가 위기로 내몰리는 상황도 결코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번에도 북한 주민들은 남한과 미국에서 지원해주는 식량으로 다시 밥을 먹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