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에 김정일 위원장은 러시아를 방문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러시아를 방문한 목적은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외교적인 지원을 받기를 희망했습니다. 또 러시아와 경제교류를 활발하게 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렇다면 러시아와 북한은 지금까지 어떤 경제적인 관계를 맺어왔을까요?
1990년대 초, 소련이 무너진 다음에 러시아와 북한의 무역량은 급감했습니다. 1980년대만 해도 러시아와 북한의 무역량은 15억 달러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대북 무역의 성격을 보면 순수한 무역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무역보다 경제원조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당시 러시아는 많은 물건을 북한에 싸게 팔고 여러 가지 상품을 북한에서 매우 비싸게 샀습니다. 이것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냉전시대 국제정책을 보면 러시아가 북한을 후원할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부터 러시아의 대북 무역은 순수한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교류가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러시아와 북한의 무역량은 미미해졌습니다. 작년 통계를 보면 1억 천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북한과 중국사이 무역량에 비해 30분의 1밖에 안됩니다. 더구나 러시아와 남한 사이의 무역에 비교하면 150분의 1에 불과합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무역이 이렇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러시아가 북한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이 없습니다. 반대로 북한은 러시아에서 수입하면 좋을 만한 물건이 있지만 외화가 너무 부족합니다.
현재 북한 경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면 국제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한 것은 두 가지 뿐입니다. 하나는 지하자원이며 또 하나는 값싼 노동력입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이 두 가지 다 별 관심이 없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지하자원은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연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아닙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지하자원을 개발하는 것보다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자원개발을 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입니다. 그래서 북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회사들은 북한 자원개발에 대한 투자를 거절해 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북한의 값싼 노동력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습니다. 생활수준이 매우 낮은 북한의 노동력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저렴합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매월 3~4만 원 정도 받으면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 돈 3~4만원은 미국 돈으로 10달러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중국보다 15배~20배정도, 남한보다 200배정도 낮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러시아 회사들은 북한에서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는 것보다 북한노동자들을 러시아로 불러들여 러시아에서 고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러시아와 북한의 유일한 협력 방법은 철도연결과 가스관입니다. 이것을 두고 경제협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철도와 가스관은 북한과의 무역과는 별 상관 없이 그저 북한의 영토를 이용하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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