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말을 어린 시절 때부터 반복적으로 말하게 됩니다. 물론, 북한당국이 통일에 대해 선전을 할 때 북한이 주가 되어 이루는 적화통일, 즉 북한정권에 의한 흡수통일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남북간 군사력과 경제력, 생활수준 등을 감안하면 적화통일은 절대로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북한이 좋든 싫든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이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그러나 통일이 갑작스레 닥쳐온다면 북한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제일 먼저 그간 누려오던 특권과 권력을 잃어버리게 될 당간부와 보위원들을 제외한 보통의 북한 사람들 대부분은 통일을 환영할 것입니다. 독일통일에서 본 것처럼 한반도의 통일은 북한의 경제생활을 개선해주고 결국에는 경제성공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강냉이 밥 밖에 모르고 살던 사람들이 고기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되고 자전거만 타고 다니던 사람들은 몇 년 이내에 오토바이나 자동차까지 몰기 시작할 것입니다. 개인의 자유도 대폭 늘어날 것입니다.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이 될 경우 북한 인민들은 더 이상 숙박검열이나 여행증명서 같은 것들에 신경을 쓰지 않고 마음대로 여행 다닐 수도 있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읽고 싶은 책을 읽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흡수통일이 모든 면에서 장밋빛 미래만 보장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흡수통일의 단점도 장점 못지 않게 많습니다. 처음에는 남한에 의한 통일을 환영할 북한 인민들은 머지않아서 새로운 사회에 대한 큰 실망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통일 이후 북한주민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사람 대부분은 현재 남한 사람들 생활수준을 바로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통일 이후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남한은 잘 사는 지역으로 남아있고 북한지역은 어렵게 사는 지역으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 북한주민의 생활수준을 감안해 볼 때 흡수통일 후 북한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많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빈곤은 상대적인 기준입니다. 자기보다 더 잘 사는 이웃사람을 보면서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가용 비행기를 가진 사람을 보면서 자가용 자동차밖에 없는 사람은 자신을 가난하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통일 후에 북한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을 남한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실망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통일 후에도 남한보다 어렵게 살게 된다는 것은 당연하고 객관적인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지금까지 북한 사람들은 현대 자본주의사회를 잘 이해하지 못했고 현대 기술에 대한 경험도 너무 부족합니다.
예를 들면 북한 기술자들은 기초과학이나 이론을 잘 알 수는 있어도 현대의 첨단기술과 응용기술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 이후에도 숙련된 기술자보다는 노동자의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절대적으로 보면 과거보다 더 잘 살게 되지만 통일 이후의 사회적 위치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망을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한반도의 흡수통일보다는 단계적인 통일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갖게된 이유입니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의 현실은 단계적 통일을 이루기가 참 어려워 보입니다. 남북간의 여러 상황을 감안해 볼 때 현재로써는 흡수통일이 거의 유일한 시나리오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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