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식어가는 통일 의식

0:00 / 0:00

남한에서는 각종 여론조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업하는 사람들도 정치를 하는 사람들도 인민들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자주 실시합니다. 물론 통일 문제 및 북한관련 문제도 자주 여론조사의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20여 년 전부터 남한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북한과 통일문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고 있는데 그 결과를 보면 일정한 경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 경향이란 것은 시간이 갈수록 통일에 대한 열망이 식어간다는 점입니다. 가장 심각한 사실은 남한의 젊은 사람들 가운데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점점 확산된다는 점입니다. 2010년 이후 여론조사를 보면 서른 살 미만의 남한 젊은이들 대다수가 통일이 안 돼도 좋다고 대답했습니다.

이것은 북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실로 믿기 어려운 이야기 일 수 있습니다. 북한 언론이나 문학작품에서는 남한 이야기를 할 때, 이남학생과 청년들이 오로지 통일의 그날을 위해서 싸우는 모습을 많이 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옛날 이야기입니다. 지금 남한 사회에서 그래도 통일을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50대 이상의 사람들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젊은이들은 통일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북한과의 통일에 두려움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이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남북이 분단된 지 거의 70년 되었습니다. 그 동안 남북간의 소통은 전혀 없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북한에 남아있는 친척에 대한 기억이나 통일국가에 대한 기억이 비교적 생생합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남한의 젊은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외국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유럽으로 갈 수도 있고 중국으로 갈 수도 있고 태국이나 인도네시아까지 많은 젊은이들이 여행을 갑니다. 그런데 오로지 북한으로는 갈 수 없습니다.

결국 남한 젊은이들은 프랑스 등 세계 어느 나라든 그 나라사람들과 그들의 생활을 잘 알고 이해와 공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라는 나라는 너무나 큰 부담이 되어버렸습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일통일에서 얻은 경험입니다. 남한 사람들은 서독이 독일통일 이후 부담해야 했던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서독간의 경제적 차이는 지금의 남북한 경제력 차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동독은 북한과 달리 고립정책을 많이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서독은 경제교류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오가는 인적 교류까지 빈번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은 엄청난 경제부담이 되었고 거의 10년동안 독일 경제가 성장할 수 없도록 걸림돌,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남북통일의 경우, 남쪽의 경제적인 부담이 훨씬 더 클 것이 분명합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애국주의 때문에 알고 있어도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전혀 다릅니다. 남한 젊은이들 가운데 북한주민의 생활향상이나 북한의 경제 복구를 위해 천문학적인 세금을 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바꿔 말해서 남한 대학생들은 앞으로 통일이 되면 수십 년 동안 북한의 경제복구를 위해 자신들이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통일을 별로 원하지 않으며 분단을 당연한 현실로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